이리저리 흔들리다
잠시 멈추어 섰을 때
뒤를 돌아보면
풋내 나는 시간들이
잔뜩 익어있다
언제 새파랗던 것들이 누렇게 변해
눈에 잘 띄지 않게 되었나
문득 궁금해져 온다
시간의 틈새 속에 자라난
기억이란 것은,
감정이란 것은
잔뜩 익고 물러져
달큼한 냄새를 풍긴다
그 향기를 들이켜는 나는
무뎌진 옛 시간을 마주한다
마치 꿈을 꾸었던 것 같은 그런.
그러나 꿈이 아니다
어디선가 아물고 있을
시간이 남기고 간 흔적들.
'과거'라는 말은
말라비틀어져버려 쉽게 뱉어지지만
아직 핏기 가시지 않은 곳들은
풍기는 달큼한 향내 속에 잊히곤 한다
혹은 그쪽을 일부러 택하기도 한다
그러니 묻는다
무뎌졌다는 말속에 묻어버린
불그스름한 기억들.
당신은 아직도 '괜찮다' 외치고 있는지.
아직도 '이젠'이라 답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