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모여 글이 되고
글이 모여 안개가 된다
나는 수만 번을 뛰어든 듯 싶다
짧고 흐릿한 김이
미지근한 몸뚱이에서 올라왔다 사라진다
어디를 둘러봐도
안개가 포슬포슬 차올라 있다
숲이지 싶다
저 뿌연 형체는.
나는 갇히지 않았다
다만 쉽게 걷지 않을 뿐
그러니 다가가면 잊힐 것들.
거짓말처럼 선명해질 것들.
축축한 그것들에 존경을 표한다
나무의 이파리의 초록빛은
물기를 머금고서
생을 있는 힘껏 발산하는 듯하다
투박한 겉가죽은
안개를 빨아들여
적당히 무거운 고동색을 띠고 있다
안갯속을 걷는 것은
물기 어린 세상을 하나씩 마주하는 일.
그것들이 모두 아름답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수 있을 테다
아무런 의심 없이
뿌연 안갯속에 파묻히고파
나의 걸음은 모든 곳을 향한다
어디로 가는지는 잊은 지 오래다
그렇게 내딛는 한 걸음의 단어에
손끝이 축축이 젖어간다
그렇게 나는 매혹되어
안갯속을 느릿느릿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