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나무줄기가
낡은 담벼락을 타고 오른다
그것이 벽의 거칠함인지
혹은 촉수의 완강함인지
도저히 무엇에 엮였다는 건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여러 갈래로 갈라진 줄기는
담벼락을 딛고, 잡고, 붙들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새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벽은 자라지 않으니
그대로 서 있을 뿐이고
어디 나무에서 뻗어온 줄기는
새파란 생명력을 뿜어내며
하늘에 담기고
바람에 쓸린다
줄기는 발을 떼지 않는다
다만 자꾸자꾸 길어질 뿐이다
다만 궁금한 게 있다면
저기 저 위
돌부스러기 흩뿌려진 담벼락 끝에 다다랐을 땐
그만 줄기를 뻗어 낼지
아니면 어떻게 던 자라나고 말지
알 수가 없다는 거다
자람이 멈추면 어떻게 되는 것이고
자람이 계속되면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중 무엇을 나는 삶이라 칭해야 하는 것인가
밤새 부스럭 대며
마른 흙 같은 꿈을 꾸었던 어젯밤,
반만큼 자라난 줄기가
반만큼 벽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