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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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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un 05. 2023

바람


시작을 알 수 없다던 그 바람이

얼굴을 스쳐간다

살결을 잠재운다

오래된 나무의  

나긋한 목소리처럼

울림을 가져와

가슴을 휘감는다



그 바람이 어깨를 감싸고돈다

누군가가 벌써 이름을 붙였을 법도 하다

머리칼이 휘날린다

미묘한 감정들이 피부 한 겹 위로 우러난다

바람은 그것들과 섞이기 시작한다



언제 그랬었을까

언제부터 바라보는 눈이 이다지도 연약하고

부드러웠었을까

작은 떨림에도 눈이 감긴다



기워진 순간들은

곧잘 휘날리며

비어있는 곳들을 간지럽힌다



안다

하염없는 것들은

쉽게 사라지곤 한다는 걸

하지만 기억하라

그 바람은 알아채기도 전에

세상에서 가장 보드라운 것들로

나를 채워낼 것 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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