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알 수 없다던 그 바람이
얼굴을 스쳐간다
살결을 잠재운다
오래된 나무의
나긋한 목소리처럼
울림을 가져와
가슴을 휘감는다
그 바람이 어깨를 감싸고돈다
누군가가 벌써 이름을 붙였을 법도 하다
머리칼이 휘날린다
미묘한 감정들이 피부 한 겹 위로 우러난다
바람은 그것들과 섞이기 시작한다
언제 그랬었을까
언제부터 바라보는 눈이 이다지도 연약하고
부드러웠었을까
작은 떨림에도 눈이 감긴다
기워진 순간들은
곧잘 휘날리며
비어있는 곳들을 간지럽힌다
안다
하염없는 것들은
쉽게 사라지곤 한다는 걸
하지만 기억하라
그 바람은 알아채기도 전에
세상에서 가장 보드라운 것들로
나를 채워낼 것 이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