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죽거림이 멈추었다
손가락 하나가 자꾸 흔들린다
소리를 내지르기보단
고갤 숙이고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빨리했다
슥- 스쳐가는 세월의 잔상들
여읜 시간의 뒷모습
결국 그늘 밑에 멈춰서
그것들을 밀어버리고
흩어놓았다
그래서인지
물속에 손을 집어 넣으면
퍼져가는 물의 요동이
잔잔한 비명을 지르며
곁을 떠나감을 알 수 있었다
차게 식은 손끝
차게 식어간 기억
입속에 넣어 굴리다 뱉어낸다
한껏 움츠린 곁눈질에 석화된 것들이
혀끝에 녹아나지 않아
텁텁해진 입맛을 다신다
이제 나는 잊을만한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