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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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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ul 04. 2023

밤 11시



사실을 말하자면

긴 긴 얘기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한 번의 숨이

이리도 날카로울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만약 알았다면,

그랬다면

무지한 누군가의 품을 파고들려 했을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허락을 받아 내서 말이다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갈라진 숨이

이 모든 걸 아우르는 듯하다

온실 속 아무런 김이 없는

그런 날숨



들이키는 숨은 날카롭고

내 쉬는 숨은 허망하다

그러니 어찌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까

오늘의 껍데기를 끌어안고서

오래된 흑백의 공기가 시야를 가리도록 놔둔다



모든 실망은 밤 11시에

꼬깃꼬깃 쑤셔 넣어져 있다

그것이 모든 걸 뒤로 가게하고

머리카락을 구겨놓는다는 것은

참 버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숨을 들이켜고 내쉴 운명 속에서

외침이 점점 잦아들고

마침내 고요에 다다르게 된다면

딱딱해진 사지는

과연 무엇을 얻게 되는 것일까

무엇을 결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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