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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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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ul 05. 2023

말의 부재




이렇다 할 말이 없다

말의 부재는 들끓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던가

그러니 텁텁해진 잇속을 혀로 흝을 뿐이다

 



옅어진 것들과는

한통속이 되어

만물에 최대한의 안녕을 고하지만

흉이진 속살이 부드럽지 못한 건

결국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불려

나는 가만히 주저앉는다




이 이상의 것들을 품어내기엔

아직 비워내지 못한 것들 투성이라

애꿎은 손 발을 털어본다

그러면 마른 먼지가

햇살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걸 손톱 끝으로 짓이겨보는 것이

늘어진 사지로 할 수 있다 생각되는 유일한 일




그렇게 반쯤 눈을 뜨고선

화라도 난 듯 위를 추켜올려보다

다시 가슴에 시선을 쿵 하고 떨어트린다

그리고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가

부스럭부스럭 들려오면

뒤늦게나마 고요에 감사를 표하는거다




다시

옅어진 것들에

나름의 존경을 표하고선

서너 개의 숨을 버린다


나는 아직도 애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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