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다 할 말이 없다
말의 부재는 들끓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하던가
그러니 텁텁해진 잇속을 혀로 흝을 뿐이다
옅어진 것들과는
한통속이 되어
만물에 최대한의 안녕을 고하지만
흉이진 속살이 부드럽지 못한 건
결국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불려
나는 가만히 주저앉는다
이 이상의 것들을 품어내기엔
아직 비워내지 못한 것들 투성이라
애꿎은 손 발을 털어본다
그러면 마른 먼지가
햇살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걸 손톱 끝으로 짓이겨보는 것이
늘어진 사지로 할 수 있다 생각되는 유일한 일
그렇게 반쯤 눈을 뜨고선
화라도 난 듯 위를 추켜올려보다
다시 가슴에 시선을 쿵 하고 떨어트린다
그리고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가
부스럭부스럭 들려오면
뒤늦게나마 고요에 감사를 표하는거다
다시
옅어진 것들에
나름의 존경을 표하고선
서너 개의 숨을 버린다
나는 아직도 애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