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빛의 목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나 Aug 17. 2023

추모





손 끝이 닿으면

우수수 떨어지는 문장들.

손가락으로 살살 긁어내니

며칠이 발등 위에 그냥 쌓인다

그건 낡아서 여기저기 페인트가 들뜬 시멘트 벽처럼

건조하고 말라있다

부스러기들이 움찔댄다




일어난 가시가 많다는 건

물기 없는 곳에서

우연찮게 오래 머물렀다는 것

손이 쩍 갈라지고 사포처럼 거칠어진

사람에게서 나는 녹슨 냄새가

내게도 풍기나 싶다




가끔 고갤 들면

지나치리만치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무뎌진 기억들시야를 가린다

그럼 나는 몇 마디 말을

입술로 으깨는 거다

그리곤 오래된 냄새를 꿀꺽 삼켜낸다





동공에서 기억이 걷히면

발등 위가 보인다

다시금 손가락을 움찔거려

막 일어난 가시들을 긁어낸다

오래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구분 없이 떨어져 나간다

건조한 문장들이 허무하게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차마 추억이 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하지는 못해

보잘것없는 추모를 이렇게나마 올려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화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