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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Aug 17. 2023

추모





손 끝이 닿으면

우수수 떨어지는 문장들.

손가락으로 살살 긁어내니

며칠이 발등 위에 그냥 쌓인다

그건 낡아서 여기저기 페인트가 들뜬 시멘트 벽처럼

건조하고 말라있다

부스러기들이 움찔댄다




일어난 가시가 많다는 건

물기 없는 곳에서

우연찮게 오래 머물렀다는 것

손이 쩍 갈라지고 사포처럼 거칠어진

사람에게서 나는 녹슨 냄새가

내게도 풍기나 싶다




가끔 고갤 들면

지나치리만치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무뎌진 기억들시야를 가린다

그럼 나는 몇 마디 말을

입술로 으깨는 거다

그리곤 오래된 냄새를 꿀꺽 삼켜낸다





동공에서 기억이 걷히면

발등 위가 보인다

다시금 손가락을 움찔거려

막 일어난 가시들을 긁어낸다

오래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구분 없이 떨어져 나간다

건조한 문장들이 허무하게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차마 추억이 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하지는 못해

보잘것없는 추모를 이렇게나마 올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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