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이 닿으면
우수수 떨어지는 문장들.
손가락으로 살살 긁어내니
며칠이 발등 위에 그냥 쌓인다
그건 낡아서 여기저기 페인트가 들뜬 시멘트 벽처럼
건조하고 말라있다
부스러기들이 움찔댄다
일어난 가시가 많다는 건
물기 없는 곳에서
우연찮게 오래 머물렀다는 것
손이 쩍 갈라지고 사포처럼 거칠어진
사람에게서 나는 녹슨 냄새가
내게도 풍기나 싶다
가끔 고갤 들면
지나치리만치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무뎌진 기억들이 시야를 가린다
그럼 나는 몇 마디 말을
입술로 으깨는 거다
그리곤 오래된 냄새를 꿀꺽 삼켜낸다
동공에서 기억이 걷히면
발등 위가 보인다
다시금 손가락을 움찔거려
막 일어난 가시들을 긁어낸다
오래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구분 없이 떨어져 나간다
건조한 문장들이 허무하게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차마 추억이 되지 못한 것들을 마주하지는 못해
보잘것없는 추모를 이렇게나마 올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