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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Aug 16. 2023

자화상





아직이다

그러니 흘깃 거리는 시야를 촉수 삼아

텁텁한 곳을 더듬는다

다름없이 그리고 틀림없이

콧속을 들락거리는 숨의 찌꺼기들은

가슴을 대충 긁고 지나간다





남아있는 것들에게 된소리를 해댄다

그건 남아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손을 많이 대어

반들반들해진 것들 속에서

무던히 식어가고, 굳어진다





아-

어쩌다 내뱉는 탄식일까

아님 직사각형처럼 적막한 하루를

흩트려 놓기 위한 시도일까

무거운 공기 사이로

얼마간의 떨림과 습기가

아무것도 아닌 채 사그라든다





별빛을 때가 낀 손톱 끝으로 짓이겨

조금이나마 밝아진 숨을 가벼이 쉴 수 있다면

스스로의 방관자가 되는 일은

줄어들 수 있을 텐데





시야는 바닥에 떨어져

먼지와 함께 나뒹굴지만

굳이 주워내고 싶지 않아

그대로 두기로 한다





긴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가 버리고

나는 하염없는 자화상을

무언가의 끝쯤에서

이렇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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