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옛 이야기

by 유나



수더분하게 시작했더랬다

이리 감기고 저리 감기며

등쌀에 곧이곧대로 치이고

쌉쌀한 입술을 혀 끝으로 쓱 핥아

건조한 표면을 맞이해 내며.

나는 그걸 휘휘 감아내어

울림이 있는 곳을 찾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러면 어느 결계서,

한아름의 껍데기가 휘날리는 소리를

끊어짐 없이 들을 수 있었고

그건 나로 하여금

말을 참, 어서 멎게 만들었다.


잊지 못했고, 있지 못했다

갈가리 찢긴 시간에 공명하던 가슴이

여전히 손사래를 쳐대는 걸 보면.

휘날리던 껍데기는 분해되어 닳고 낡아

결국 사라져 갔지만

서늘한 그 소리는 아직 내 살을 진득이 품어내

날카롭게 긁어내고 쑤셔댄다.

얼마만큼의 비껴가는 눈을

허공에 더 던져야 하는 것일까

어느 방향을 바라보며 그림자를 짓이겨야 하는 것일까

알 수 없다 하는 것은

결국 무책임한 방관자의

시큰둥한 변명일 뿐인 것일까.

흘르는 옛이야기들이

이 보잘것 없는 하루 속에서

용암처럼 느리고 차갑게 식어 굳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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