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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Nov 24. 2024

노을



노르스름하게

가장자리가 바랜 기억이

바스락 거리며 한 장씩 넘겨지는 동안

하늘 위 우러난 노을이  

따스하게 하루의 끝자락을 물들인다

낮과 밤이 만나는 경계에서

가장 밝은 것이 황금빛의 그림자를 남기면

마지막의 빛은 오히려 추억을 비추어

시간을 푹- 잠기게 한다


노을
53x46cm
Acrylic



잠겨버린 그곳에서

그리움을 한 모금 삼켜내니

노을이 꿀꺽-  뒤로 넘어간다

이제, 고고한 자태를 한 어둠이

미지근한 흙 위로 가라앉으면

감은 두 눈에 은은한 달빛이 스미어 

가장 오래된 자욱을 밝힌다

다시, 기억이 한 장, 두 장 넘어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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