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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Dec 10. 2024

바람



열어둔 창턱에 걸쳐

한껏 늘어져있던 바람을 맞이한 적이 있다

웃음을 머금은 갓난아기의 볼처럼

그 곱고 보드라운 감촉에   

손을 뻗어 그를 거둬들였다


남모르는 이야기들이 바람에 실려

수더분히 흘러가는 동안

서로의 애상을 간직하고자 했던 약조가 생각나

나는 새벽의 언저리에 머무는 공기처럼

축축하고 차가운 숨을

리지 않고 깊게 들이켰다


숨이 맴돌아 나가던

그곳의 바닥에서 긁어낸 부스럼

끝을 흐리는 바람과 운명을 함께 하였고      

그를 받아내는 흙먼지는

여전히 가장 반짝이지는 못하였다    


흰 커튼을 간지럽히는

미지근한 바람을 어깨에 두르고서

식어버린 위로를 받아내니

팔꿈치를 스치는 바람이 아려온다

창밖은 여전히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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