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가장자리에 스며든 달빛이
투명한 물감이 베인 수채화처럼
수줍게 번져나간다
기다림이 서글퍼, 눈물을 잔뜩 머금은 탓일까
그 서사가 길다 하여 싫증을 내진 않았을 텐데-
영겁의 시간을 거쳐 온 그인 것을.
아마도 오시지 않는 이의 발걸음을
새 알리고 있지 않았나 싶다
그 발자욱을 조곤히 밟고 서서
뒷모습을 아파하지 않았나 싶다
훑고 또 훑어 낡아버린 세월만큼의
영원을 꿈꾸는 그 이지만,
언제든 돌아가겠노라 약조한 이의
서툰 마음이 아려오는 건
구름을 적신 달빛이
축축이 번져나가는 이유일 테다
아직도 돌아서는 발자욱을
품어내고 있기 때문 일테다
영원하지 않았던 것들을
차마 놓아주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