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by 유나





몹시도 앓았다.

끓고 끓어 되직해진 말들이

입안에서 흘러내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질 때까지.

그럴 때면 굳이 그걸 닦아내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눈을 내려 깔고

오래 머물렀던 어느 뒷 길을 떠올렸다

엉켜버린 그림자가 눌어붙어있는 그곳엔

아무렇게나 쌓아뒀던 발자국이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한동안 머물렀기에 이름이라도 붙여보려고 하니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하여

마지막 말을 쓱 거둬들였더랬다.

경계를 따라 번진 녹진한 이끼가

동공에 들러붙어 눈을 시리게 만드는데도

나는 이끼를 게워내지 못했고

소매엔 청록색의 물이 들었다

하얀 달이 창백한 어깨를 드러낼 때 즈음엔

조금의 빛을 떼어다와 소매에 벅벅 문질러

얼룩을 옅어지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쯤이라면 이름을 붙여볼 수도 있을까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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