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도 앓았다.
끓고 끓어 되직해진 말들이
입안에서 흘러내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질 때까지.
그럴 때면 굳이 그걸 닦아내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눈을 내려 깔고
오래 머물렀던 어느 뒷 길을 떠올렸다
엉켜버린 그림자가 눌어붙어있는 그곳엔
아무렇게나 쌓아뒀던 발자국이
여기저기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한동안 머물렀기에 이름이라도 붙여보려고 하니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다 하여
마지막 말을 쓱 거둬들였더랬다.
경계를 따라 번진 녹진한 이끼가
동공에 들러붙어 눈을 시리게 만드는데도
나는 이끼를 게워내지 못했고
소매엔 청록색의 물이 들었다
하얀 달이 창백한 어깨를 드러낼 때 즈음엔
조금의 빛을 떼어다와 소매에 벅벅 문질러
얼룩을 옅어지게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쯤이라면 이름을 붙여볼 수도 있을까 싶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