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을 녹여먹다

by 유나



무뎌진 칼날을 잡아들고서

무디지 않은 날들을 서걱서걱 갈라낸다

댕강 분리된 하루의 조각들이

꽤나 먹음직스럽게 놓이고

그중 가장 큰 덩어리를

한 입 가득 베어무니

겹겹이 쌓인 시간의 밀도 위로

선명한 이빨 지국이 남는다


곱씹고 곱씹다 결국

삼키지 못하고 뱉어낸

쌉쌀한 어제 새벽녘은

아무렇게나 구겨져 바닥에 나뒹굴고

입안에 쏙 넣어 천천히 녹여먹던 그제 저녁노을은

아껴서 먹으려다

닳아버리기 전에 얼른 손 위로 뱉어낸다


남아있는 시간의 덩어리들을

괜스레 손끝으로 찔러보고 짓이기다

후- 하고 불어 나른한 잔상을 털어낸다

옷깃에 조금 묻어난 그제 밤이,

어제저녁이, 그리고 오늘 아침이

꽤 까끌까글 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걸 훌훌 털어내 버리며

또 다른 하루를 내어줄 준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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