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미

by 유나



어지간히 어두운 밤이었다

그건 비껴가는 눈빛으로

먼저 차갑게 식어버린

불씨를 찬찬히 겪어내는 일이었다

그런 고난은

가시 돋친 새빨간 장미처럼

어지러이 함부로 몸을 휘감아 올라왔고,

다만 쌉쌀하게 아름다웠으며

나로 하여금 서늘한 목 언저리를

두 손으로 바짝 감싸 쥐게 만들었다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가시 만이 남아

여기저기에 흉을 지게 만들었지만 서도

이윽고 인내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상처에서 삐져나온 붉은 피가

기어이 장미의 자리를 대신해 냈기 때문이었다

아마 그동안 섣부른 이야기들이 지껄여졌으리라.

그러나 마지막의 숨은 결코 소모되지 않았으므로

나는 쉬이 헤아려지지 않는 것들을 들이켜고 내쉰다

결국 사라지지 않는 것들만이

오롯이 남아

끝끝내 아침을 맞이하는데

붉은 해가 떠올라 장미의 자리를 채운다


깊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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