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뿐이었다

by 유나



김이 서린 달의 표면을

소매춤으로 대강 닦아 내고

밤의 자락을 괜스레 발끝으로 짓이긴다


희뿌연 달빛이

어깨 위에 수북이 내려앉으면

바라보는 두 눈은

미지근히 녹아내리고

나는 이렇다 할 마음도 없이 마른 숨을 덜어낸다


결국 별들의 빛이란 건

소망의 부재 속에

공기 중에서 산란되어 버리고

남겨져 곁을 지키는 건 오직 슴슴한 달빛뿐이었다


고갤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서

아득해져 가는 시공간을 뒤로한 채,

모든 것의 이유를 묻지 않은 채

비어있는 걸음을 못내 떼어낸다

그러면 그제야 알아차리는 거다

다만, 앓아내야 했던 밤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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