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감자의 역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by 카렌

역시 돈 가는데 마음이 가는 모양이다. 다시 한 번 마르크스의 말씀을 생각하게 된다. 마르크스의 생각이 최초로 꽃을 피운 러시아에서 감자를 생각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난다. 돈은 매만큼 무섭지만 달콤하다. 그래서 입에 물고 싶다.

감자를 거부하는 농민들을 궁으로 부른 것은 표트르 1세였다. 그는 1672년 5월 30일부터 1725년 1월 28이리까지 이 세상을 살다 갔다. 그는 러시아 영토를 벗어나 해외 순방 길에 오른 최초의 차르였다. 그 순방 길에서 그가 본 것 중 하나가 감자였다. 그는 배고픈 백성들이 감자를 먹기를 바랐다. 그러나 배운 게 없었던 농민들에게는 정치보다는 종교가 훨씬 가까운 것이었다. 감자에 대한 종교인들의 저주를 그들은 더 믿었다. 옛날 어느 왕의 딸이 악마에 홀려서 죽게 되었는데 그 딸이 묻힌 무덤가에서 나온 것이 감자라는 헛소문까지 곁들여졌다. 황제는 농민들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죽이지는 않고 겁만 주었다. 다음번엔 진짜 죽일 거라고. 그리고 직접 “감자란 이렇게 먹으면 되는 거야. 봐, 나 안 죽잖아.” 초대받은 농민들은 당장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삶은 감자를 삼켰다. 다음 날이 아니면 다음 날에는 자신들이 죽게 될 거라며 하루하루 공포에 떨었다. 물론 죽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후 그들이 감자를 친구처럼 대한 것은 아니다. 뼛속까지 뿌리 내린 편견은 쉽게 뽑아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농민들을 설득한 것은 황제가 아니라 귀족이었다. 표트르 1세가 다음 세상으로 간 후 100년 정도 지나서였다. 그들은 황제와 친한 사람들이 아니라 적이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데카브리스트’라 부른다. ‘데카브리’는 12월을 뜻하고 그들은 1825년 12월에 당시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장 봉기를 일으킨다. 나폴레옹이 그들에게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에 들어온 나폴레옹 군이 후퇴하자 그들은 복수를 위해 파리까지 쫓아간다. 서유럽 깊숙한 곳에서 러시아의 젊은 귀족들은 자유주의 사상과 정치의 맛을 보게 된 것이다.

물론 혁명은 실패. 주요인물들은 사형을 당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시베리아에서 강제 노역을 해야 했다. 혁명에 실패한 남편을 둔 여자들도 시베리아로 따라 갔다. 그들 중에는 톨스토이의 숙모도 있었다. 어쨌든 그들은 그곳에서 척박한 대지와 수시로 찾아오는 기근과 마주해야 했다. 그때 그들이 생각한 것이 감자였다. 그들은 직접 농사를 지었으며 그 수확물을 농부들과 나누려고 했다. 물론 농부들은 거절했다. 그때 귀족들은 표트르 대제처럼 목을 베겠다고 하는 대신 감자를 재배해서 먹는 자에게 금화를 주겠다고 설득했다. 정말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간 모양이다. 그 방법은 통했고 이후 시베리아 전역으로 감자가 보급된다.


‘클로버 하우스’에서 사온 몇 가지 음식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제이를 기다리다보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지나간다. 오늘 식탁의 메인은 감자다. 식은 감자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러시아 귀족이 평민들보다 먼저 감자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소스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삶은 감자는 그냥 먹기에 밍밍한 편이다. 그래서 뭔가 찍어 먹을 것이 필요했는데 그 소스 비용이 꽤 나갔다고 한다. 디저트로는 자몽. 사과와 토마토. 열 개의 계란은 뜨거운 냄비에 넣고 20분간 삶았다. 물을 끓일 때는 소금을 넣었다. 한 끼 식사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제이가 탄 택시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비오는 계단을 올라갔다. 남방셔츠로 머리를 가렸다.

제이는 감자 두 개와 삶은 계란 조금과 자몽을 먹었다. 나머진 손대지 않았다. 남은 달걀을 모두 까서 술안주를 만들어 사람들을 불렀다. 한 여행자가 보드카를 올려놓았다. 그것들을 두고 우리 몇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엔 민박집 사장님이 새우를 넣고 도시락 라면을 끓여 주었다.

사장님께서는 이런 인상적인 말씀을 남겨주셨다.

“행복한 순간엔 사진이 없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한 경험이 있는 분의 말씀인지라 진리 같았다.

“추억은 가슴 속에 남는 거예요.”

사진기에 남은 행복한 모습들은 사실 최고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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