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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창고 Sep 09. 2021

있으면서 없는

나는 가끔 길을 잃는다

거기 내가 있다

거기 내가 없다  

   

복사꽃처럼 뽀얗던 스물두 살짜리 소녀가

자잘한 주름을 훈장처럼 단 중년이 되어

엉거주춤 섰다     


품어 온 세월보다

품고 갈 시간이 짧은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시간 속으로

나붓나붓 걸어간다.


좀 흔들린들 어떠랴

여태도 출렁이며 살아왔는데


모래바람 일어

간신히 남 그림자

슬며시 덮어도

쉴 곳을 찾아 나선 내 마음의 요령소리

공중에서 배회하며

흔적 없는 흔적을 남기고

     

목적 없는 바람이 홀로 춤추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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