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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창고 Jan 18. 2023

중년

청첩장을 받고

거울 앞에 섰더니

낯선 한 사람이

화들짝 보고 있다


당신은 뉘신가


오라지도 가라지도 않고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

영원이 모여

순간이 되었더냐


눈밑 자잘한 주름


딸로 산 세월 몇 개 덜어내고

아내의 몫도 몇 개 걷어내고

엄마로 산 시간도 보내고 나니


해말 간 소녀가 웃고 있네


너른 가을 들판에

누렇게 익어가던 벼

폴짝거리던 메뚜기

긴 머리 슬그머니 날리던

바람까지

거울 속에서 걸어 나온다


꿈꾸었다. 그때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람은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그 산 너머, 너머에

누가 사는지


이제 찾아 가리

누구의 누가 아닌

온전한  나로서


아직 든든한 발걸음

천천히

내, 딛, 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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