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받고
거울 앞에 섰더니
낯선 한 사람이
화들짝 보고 있다
당신은 뉘신가
오라지도 가라지도 않고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 같은 내일
영원이 모여
순간이 되었더냐
눈밑 자잘한 주름
딸로 산 세월 몇 개 덜어내고
아내의 몫도 몇 개 걷어내고
엄마로 산 시간도 보내고 나니
해말 간 소녀가 웃고 있네
너른 가을 들판에
누렇게 익어가던 벼
폴짝거리던 메뚜기
긴 머리 슬그머니 날리던
바람까지
거울 속에서 걸어 나온다
꿈꾸었다. 그때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람은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그 산 너머, 너머에
누가 사는지
이제 찾아 가리
누구의 누가 아닌
온전한 나로서
아직 든든한 발걸음
천천히
내, 딛, 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