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시골길
덜컹거리는 낡은 버스
짐짝 위에 짐짝처럼
얹힌 사람들
타나까를 바른 여인이
검은 비닐봉지에 얼굴을 파묻는다
통로의 간이의자에
간신히 걸친 엉덩이를
덜퍼덕 바닥으로 내려놓는다
네 발이 낯설어
꿀렁이는 뱃속
자꾸만 토해내는 가녀린 얼굴
세월을 거슬러가는
낯선 풍경에 어지러운 나
멀미하는 얼굴끼리 마주 보고
희미한 연민을 나눈다
어느새 해는 떨어져
어두운 수풀 사이로
긴 꼬리를 감추는데
바간으로 가는 길은 아직 멀었다
2019.2.23.
*타나까: 천연 자외선 차단제
* 바간: 미얀마의 옛 도시. 세계 3대 불교 성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