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억창고 Jul 30. 2021

마지막이 아닌 마지막

어머니에게

이번이 마지막이


신문지에 둘둘 말아놓은

직접 짠 참기름을 내놓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냉동실에 뭐 든 거 없나

광도 열어보고

뒷마당에 걸친 횟대도 살펴보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된장과 고추장

얼려두었던 죽순

마늘과 양파

온갖 꾸러미가

대청마루에 모였다

늠되지 않는 어머니의 정성이 모였다


제발요

힘든데 가만 쉬라고

사정을 하면


내가 움직여야 뭐라도 주지

육 남매를 홀로 키우며

평생 쪼들리며 살았던

어머니는

돈 대신 당신의 마음을 주려한다


제발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마지막이 아닌 마지막이길

정말로 마지막일 것 같은

이 슬픈 예감 나가기를


어머니의 마음을 한 아름 안고

뒷동산 푸른 하늘과

그 너머 아버지할머니의 산소를

바라보며

홀로 빌었다

작가의 이전글 집으로 가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