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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창고 Jul 27. 2021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먹고사는 문제로 늘 바빴다.

50대 중반이 되자 비로소 '짬'이란 게 생겼다.

아이들은 성년이 되었고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요 몇 년 간 보낸 전쟁 같은 날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질곡의 시간은 지났다.

바쁘지만 평온했던 내 삶이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바뀐 것은 어머니가 치매를 않고 나서였다.

아주 곱고 점잖았던 어머니가

상식과 예의를 잃고 하루하루 변해가는 동안

가족들의 일상은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집에 치매환자가 있다는 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거와 같다.

무너지고 망가진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


햇살이 길게 창문을 넘어와 화장대를 기웃거리던 나른한 주말 오후, 거울 속에서 낯선 여인을 보았다.

메마른 피부, 검버섯이 군데군데 나 있는 무표정한 얼굴, 제멋대로 뻗친 푸석한 머리카락, 굵은 미간의 주름과 아무렇게나 걸친 빛바랜 티셔츠.

당신 누구세요?


서늘한 바람이 등목을 훑으며 지나갔다.

혼자 보기 아까웠다는 고운 피부에 유난히 반짝이던 눈망울을 가졌던 소녀는 어디에 있나?

주책없이 눈물이 흘렀다.

낯선 여인이 따라서 운다. 서럽게 운다.

눈물을 훔치며 여인과 이별한다.

안녕, 낯선 여인.

안녕~

그 여인은 따라쟁이다.

넌 나의 아바타구나.

넌 나의~


흐릿해진 기억을 쫓아 그 소녀를 찾고 싶다.

시간과 공간이 혼재된 기억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생기가 넘치던  소녀를 찾아야겠다. 혼자서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게 좋겠군.

거울 속의 여인은 벌써 달채비를 한다.


ㅡ2016.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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