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좋은 성취에 대한 감각

아무리 작은 성공도 성취감은 낭낭하단 것.

by 귤쟁이

아침 일찍 일어나 달리는 어른, 주말에 열심히 땀 흘리며 달리기를 마치곤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 그런 그림이 멋져 보였는데! (... 말줄임표)




첫 시도가 우아할 리 없었다.

막상 로망을 실현하며 마주한 첫 현실은 1km 남짓 뛰다 보면 폐가 쪼그라드는 듯한 통증과 종아리 앞쪽 통증이었다.


아침 7시에 친구들을 따라 뛰러 나가도 역시나 1km를 지나기 시작하면, 저 멀리 친구들을 앞서 보내기 바빴고, "먼저 가, 나는 산책이나 하다 갈게!" 하며 친구들을 앞서 보내야 했다.

그대로 포기하긴 아쉽고, 몸은 쉽게 뛰어주질 않았고!


고민하다, 1km를 뛰고 난 후 자전거로 동네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뭐든 따로 빼둔 출근 전 시간 내에 '해냈다'라는 감각을 기를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친구들이 있었기에, 또 좋아하는 자전거를 탔었기에, 아침을 깨우고 운동을 하고 아침에 쐬는 바람 한 결, 아침 동트는 풍경을 바라보는 기쁨, 모두가 하루를 시작할 때 이미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나의 러닝의 시작은, 첫 달리기를 성공했을 때가 아닌 원하는 목표치를 이루지 못했더라도 즐거운 '경험'을 했을 이때부터인 것 같다.


달리기 목표치 달성을 실패했다는 걸 잊을 만큼 충분히 즐기는 경험이었다. 7시에 집을 나서서, 1km를 채 뛰지 못하고 돌아와도 그때엔 한 번도 '못하는 사람'이다 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실패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경험을 하러 나왔고, 계획은 틀어졌지만 또 다른 좋은 경험을 했어- "란 성취에 대한 '감각'이란 게 처음 생겼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즐거운 '감각'을 기르는 동안, 달리기를 시도하고, 실패하고,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일련의 실패가 더 수월하게 잦은 빈도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실패를 '실패'로 인지하지 않으니, 그저 아침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작은 실패란 사실보다, 경험 자체가 더 의미가 있었던 시간.


이때까지만 해도 러닝이라 부르기 부끄러울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나의 러닝은 여기서부터 분명히 시작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1. 러닝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