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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영 Sep 18. 2019

농담같은 당부

엄마와의 대화 

엄마와 나눈 대화 한 토막. 


엄마 : 집에 내려오면 돈 벌 생각 하지 마. 

나 : 그럼 뭐 먹고 살아? 

엄마 : 공부하는 데 가서 일 거들면서 공부 해. 돈 안 들겠더라. 

나 : 엥? 도서관 식당 같은 데? 거기도 돈 버는 데잖아.   

엄마 : 아따, 도서관은 시험공부 외는 데고. 절이나 성당 가서 마음 공부하라고.  

나 : 아하... 근데 쫌 외롭겠네.  

엄마 : 외롭지 말라고 공부하지. 돈 번다고 사람들이랑 복작이면 더 외롭고 몸도 아파. 너 같이 까다로운 애랑 일하는 그 사람들도 고생이여.

나 : 나 까다로운 건 엄마 닮았잖아. 

엄마 : 좋은 쪽으로 쓸라믄 백번 까다로워도 돼. 

나 : 이참에 머리 깎을까? 두상이 납작해서 별로일래나? 

엄마 : 뭐 하러 머리까지 깎아. 사는 재미는 봐야지. 그리고 너처럼 때 묻은 사람은 안받아줘.

나 : 아 울 엄마 진짜... 

엄마 : 그리고, 

나 : 응? 

엄마 : 동생 옆에 살아. 


엄마와 나는 말을 잇지 않았습니다. 동생 옆에 살아 앞에 엄마 죽고 나면이 너무 선명하게 생략돼있어서 아득하고 아찔했습니다. 가끔 엄마 말씀을 메모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거실에서 송편 먹다 농담처럼 나눈 2019년 초가을의 조금 슬픈 대화 한 토막을 적어둡니다. 


엄마 고향 제주에서 공수한 갈치속젓은 청양고추 파마늘 다져넣어 다시마쌈으로 먹을 때 제일 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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