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때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탈 때마다 공포와 희열이 뒤범벅돼 이마가 뜨끈했다.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범퍼카들을 헤집노라면 본의아니게 공격에 공격을 거듭하고있는 나를 발견한다. 앞으로 나아갔을 뿐인데 공격이 된다. #그럴뜻은아니었는데
2. 삶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무자비한 얼굴을 드러낼 때가 있다. 인생은 불규칙하게 규칙적인(!) 흐름이 있고 그 흐름 안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 순간엔 혼이 나가 고깃집 공기인형처럼 팔다리를 휘젓게 되는데, 지나고나서야 기도였는지 춤이었는지 알게 된다. 통곡인지 노래인지도. #정신차리자
3. 숲에 가도 나비는 귀한 몸이다. 개체수가 나방의 십분의 1인데다 종수도 280종 안팎이라고 한다. 애벌레에서 번데기와 성충까지 변태과정이 지난해서 나비를 볼 적마다 그 여정에 합장하는 마음. 소리쟁이와 봄망초가 무연하게 피어있는 군락에서 얼핏 붉은 날개를 본 것 같았다. 다가갔더니 자태가 예사롭지 않아 입을 헤벌죽 벌리고 바라봤다. 옆으로 사뿐히 날개를 옮겨 비상하는데, 어머 너무 고왔다. #큰주홍부전나비
4. 꿀잠과 떡실신의 경계를 잘 파악해야한다. 약속 한 자리와 컴작업 네 시간은 꿀잠, 초과하면 떡실신. 약속 두 자리에 술의 양이 도합 소주 다섯 잔이면 양호, 초과하면 익일 기절. 집콕 중 홈트 한 시간이면 꿀잠, 초과하면 과부하 패스하면 붓기 탱천. #중간이젤어려워
5. 참느니 까칠하자는 게 내 논리다. 늘상 까칠하면 인성 문제고, 우리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발톱을 세울 줄 알아야 하겠다. 생각해보면 일할 때 취재차 고개 빳빳이 들었던 것 말고 내 개인의 자존과 명예를 위해 목청과 발톱을 세운 적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내 명함이 만들어준 갑질의 궤적일까. 핏대올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얻어졌던 부전승의 흔적들. #씁쓸쌉싸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