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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은영 Apr 21. 2019

봄의 한가운데

나는 검단산 초입에 있는 식당의 개입니다. 글쓴이는 3월말 등산길에 딱 한번 봤을 뿐 글의 내용과는 개무관합니다.


머리를 헹굴 때 대야에 물을 담아 헹궈낸다.  

먼지와 피지가 싹 씻긴 머리카락이 양감있게 흔들리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이렇게 감으면 한결 두피가 깨끗해진다는 얘기를 주워들은 적이 있다. 

  

여튼, 오늘 아침. 

손끝으로 수전을 찬물 방향으로 건드렸는지 숙인 뒷목부터 찬 기운이 확 밀려왔다. 

소스라치는 냉기가 아니라 눅눅한 기분이 화하게 풀리는 느낌이랄까. 

처음의 낯섦만 견디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감  

작년 이맘때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겠지. 

날짜가 아니라 몸으로 계절을 느끼는 도돌이표의 찰나.  


눈을 감고 수압을 낮춘 샤워기로 이마와 눈두덩을 씻었다. 

두상 전체로 쨍한 즐거움이 생생했다. 

물이 가득 담긴 대야에 찰랑찰랑 머리카락을 흔들고 찬 물에 이마를 씻었다. 

지금 나의 좌표는 봄의 한가운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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