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리 Sep 03. 2022

재택근무자의 하루

지옥철 ? 퇴근길 ? 그게 뭐죠


이번 글은 앞으로 내가 쓰려고 하는 재택근무자의 삶에 대한 요약본이라고 보면 된다. 본격적인 장점과 단점, 무엇이 변화했는지와 같은 내용들은 다음 글부터 다뤄보려고 한다.






AM 8:00

기상


티 타임 / 독서 / 유튜브 보기 / 멍 때리기 / 운동하기

- 를 다하지는 않고 시간 되는 대로 그날그날 끌리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요즘은 주로 티 타임, 독서 그리고 유튜브 보기를 한다. 사무실로 출근할 때는 같은 팀 사람들과 티 타임을 가졌지만 요즘은 엄마 아빠와 티 타임을 가진다.


아빠는 증권 뉴스를 보고 엄마는 성경 공부를 하고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와 써놓고 보니까 진짜 가식적인 것 같은데 진짜다 ㅋㅋ)

대체로 10시에 업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9시 50분에 일어나도 상관은 없다. 실제로 그렇게 살았던 기간도 있다. 거의 세수만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근데 그렇게 살아보니까 뭔가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정신이 덜 깬 채로 업무를 시작하다 보니까 효율도 떨어졌다. 뭐라도 생산적이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에 업무를 시작하려고 하는 편이다.




AM 10:00

근무 ON (오전 업무)


팀원들과 눈 마주치고 인사하는 '출근 눈도장'을 찍는 과정 대신 사내 시스템에서 출근 도장을 찍고 업무를 시작한다.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나서 우리 팀은 주 2회 오전 시간대에 화상으로 업무 진행 상황과 이슈들을 공유하는 스크럼 미팅을 진행한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줄줄 읊는 것이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이제는 다 적응했고 오히려 이런 시간이 있음으로 인해 얻게 된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PM 12:00

점심시간

-

1) 집밥 먹기

나의 재택근무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엄마이다. 원래 집에 아무도 없을 때는 그냥 대충 김치랑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점심을 드시거나 아니면 밖에서 동네 지인분들과 점심을 해결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재택을 시작한 시점에 마침 아빠도 점심 시간대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고 아빠도 나도 집에 있다 보니까 점심 밥상을 '차려야'될 것만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해두지만 나랑 아빠는 단 한 번도 엄마에게 밥을 차려달라고 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엄마 스스로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을 느끼는 것 같다. 여하튼 엄마의 의무감 덕분에(?) 의도치 않게 불효녀가 된 나는 매일 맛있는 집밥을 먹고 있다. (엄마 고마워)


2) 운동/산책

점심시간의 헬스장은 사람이 꽤나 적은 편이다. 퇴근 후에 가면 너무 북적거려서 운동하기가 불편한데 점심시간에 운동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이 가능해서 주로 점심에 PT 수업을 받는다.


3) 침대에 누워서 쉬기

앉아서 쉬는 것과 누워서 쉬는 것. 그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고 당연히 누워서 쉬는 것이 최고다.




PM 2:00

오후 업무 시작

-

(별 다를 것이 없는 오후 근무 시간)




PM 4:30

쉬는 시간

-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좋은 시간이다. 잠깐 자리를 비우겠다고 팀 그룹 챗에 메시지를 남겨두고 잠시 집 앞에 나가서 마실 음료를 사 온다. 만약 사무실이었다면 팀원들과 함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있었을 타이밍이었겠지?




PM 7:00

근무 OFF

-

사내 시스템에서 근무 종료 시간을 입력한다. 다음 글에서도 언급될 예정이지만 재택근무를 하면 의외로 야근을 많이 하게 된다.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지만 진짜다. 그냥 정신없이 일을 쳐내다 보면 7시가 넘어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의 질을 위해서 의식적으로 추가 근무를 안 하고 특히 야근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차라리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별 것 없다 ! 그리고 그게 재택근무의 핵심이다. 출근 준비 시간이 없고 이동하는 시간이 없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없다. 없어져서 비어있는 부분들은 내가 스스로 나의 의지로 다 채워 넣어야 한다. (물론 빈 상태로 그냥 두어도 되지만.)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다음 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이 비어있는 것들을 어떻게 무엇으로 채워 넣었고 그것이 나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기록해보도록 할 예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