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리 Aug 05. 2021

카카오웹툰 UI/UX 개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기존 서비스에 새로운 UX를 적용하는 것에 대하여



요즘 웹소설/웹툰 보는 취미가 생겼는데 마침 카카오웹툰(다음웹툰)의 급진적으로 UI/UX 를 개편해서 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마음에 드는 점



1) 작품 추천

기존 다음 웹툰으로 감상하고 있던 작품이 몇 개 없어서 포인트 받은 기념으로 달려볼 작품을 찾아보았는데 전반적인 추천 만족도가 꽤 높은 편이었다. 스토리 측면에서의 추천, 장르를 고려한 추천, 그림체를 고려한 추천. 명확하게 구분되는 기준으로 다양하게 추천해주는 점이 좋았다. 특히 작품 메인 페이지에서 굳이 이탈하지 않고 다른 작품 탐색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았다. 그 외의 지면에서 노출되는 추천 콘텐츠들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확실히 신규 콘텐츠 탐색하는 UX는 기존 다음 웹툰이나 네이버 웹툰 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다.



2) 이미지 중심 개편

개인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탐색하는데에 있어서 메인 썸네일 이미지와 제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딱 그 2개 요소가 강조되는 UI로 개편되었다. 썸네일 비율이 다소 급진적이긴 하지만 곧 익숙해질 것 같다. 작품 메인 페이지도 심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예쁘다고 생각한다. 카카오웹툰은 개편 전인 다음 웹툰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모션 그래픽을 활용했었는데 작품 몰입도를 높이고 그림체의 매력을 극대화 하는 요소로써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3) 검색결과 페이지


대부분의 서비스의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는 하나의 화면에서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그렇게 해야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전통적인(?) 가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카오웹툰을 보면 최대한 작품 하나하나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페이지를 설계했다는 느낌이 든다. 단순히 검색 키워드에 맞는 작품 정보를 기계적으로 노출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장르, 작품 소개 문구까지 노출해줌으로써 아주 적극적으로 독자를 영업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한 페이지에서 보여주는 콘텐츠의 양은 적지만 확실하게 독자로 전환시키겠다라는 의지가 보이고 실제 데이터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웹툰이라는 콘텐츠 특성상 상당히 좋은 개선 방향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점


1) 메인 페이지 랜딩

앱을 실행하면 가장 먼저 추천 콘텐츠가 뜬다. 새로운 작품을 사용자들이 많이 접할 수 있게끔 한다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맞는 접근이지만, 나의 경우 앱에 들어갈 때 마다 새로운 작품을 추천 받기 원하기 보다는 내가 보고 있는 작품을 더 편하게 보고 싶어하는 사용자 중 한 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카카오웹툰의 첫 랜딩 페이지는 나에게 굉장히 유용도가 떨어진다.



2) 탭 구분 (소설 원작, 웹툰 원작)


이게 메인 탭으로 구분될 만큼 중요한 요소인가? 헤비유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차라리 무료/유료 콘텐츠로 구분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기다리면 무료로 풀리는 콘텐츠랑 무족건 돈 주고 봐야되는 콘텐츠.. 구분하기 어렵다 ㅠ_ㅠ)



3) 작품 메인 페이지

작품 메인 페이지에서 제일 중요한 과업 버튼이라고 생각되는데 페이지로 랜딩 되는 순간 그 자리에 광고가 노출된다. 한 번 스크롤 해야 버튼이 노출된다. 아무리 광고 클릭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건 좀 무리수 아닌가?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작품 정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키워드 검색 기능과 추천 콘텐츠 노출 기능은 너무 좋은데 이 페이지 자체를 스크롤을 해야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포인트 중 하나이다.



4) 인터랙션/애니메이션

검색 하려고 할 때 촤르륵-촤르륵- 하는 인터랙션 때문에 페이지로 이동되는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다고 느껴졌다. 스플래시 화면도 디자인 컨셉은 몰입감을 극대화 한다는 점에서 좋지만 애니메이션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서 답답하다. 빨리빨리의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속도.



5) AI 매칭 페이지

작품 메인 페이지에서 아래로 스와이프시 추천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이 페이지는 디자인적으로도 UX적으로도 진짜 좀 난감한 것 같다. 일단 Clickable한 영역이 어디인지 인지하기 어려웠다. 썸네일은 너무 작고 작품 명은 아예 빠져 있어서 기본적인 작품 정보를 전혀 인지할 수 없다. 썸네일을 왜 이렇게 보여줘야 했을까..? 이게 최선이었을까..? 항목을 클릭할 때 마다 랜덤 뽑기하는 기분이 든다. 어떤 작품으로 랜딩될지 전혀 예측 불가.



6) 사용자 가이드

이번 개편은 누가 뭐라해도 급진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 것에 비해 유저 가이드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다 눌러봐야 이해하고 써먹을 수 있는 기능들이 많은 것 같다. 일부 문구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지식인으로 찾아봐야 했던 것들도 있다. (내가 멍청한건가 ..)





그 어떤 멋진 말로 포장해도 모바일 서비스에서 디자인과 UX는 결국 사용자가 편하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해야한다고 생각하고, '편하다'라고 하는 말에 포함된 의미 중에서는 '학습을 최소화 한다'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습 해야하는 UX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기존 서비스가 있는 상황으로 한정 짓는다면 학습 과정 자체를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용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UX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학습의 불편함을 사용자들에게 감수시킬 만큼 좋은 UX 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데, 사실 이건 실제 사용자 반응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카카오웹툰으로 다시 좁혀서 생각해보면, 어차피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불편해도 쓸 사람은 계속 쓰고 곧 적응할 것이다. 이미 오랜기간 잘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를 UX 때문에 이탈하는 케이스는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런 대대적인 UX 개편은 같은 카테고리 내에 있는 다른 서비스 사용자들을 우리 서비스로 유입시키는 것에 대한 이슈가 더 크지 않을까 한다. 네이버 웹툰이라는 강력한 국내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 UX 개편 방식은 네이버 웹툰만 소비하는 사용자들을 카카오로 끌어오는 것에는 허들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웹툰 UX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현 카카오웹툰의 UX는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하는 요소들이 많고 그 과정에서 이탈하는 유저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더욱 웹툰 플랫폼 특성상 각 플랫폼에서 독점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이런 급진적인 UX 개편이 필요했을까하는 의문도 든다.


새로운 UX의 등장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새로운 UX를 기존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은 너무너무 어려운 태스크이다. 그런 UX 자체를 처음부터 고안하고 설계하는 것도 어렵고, PM으로서 새로운 UX 개편을 위해 다른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렵다. 진심 생각만해도 스트레스 받는다. 다른 회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매 번 새로운 UX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결국 어려워도 도전하는 서비스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살아남는 거겠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고민하기 보다는 현재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겪는 Pain point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하는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버린 내 입장에서 이번 카카오웹툰의 개편은 의문 투성이인 것은 사실이다. (기존 다음/네이버 웹툰의 문제점이 뭐였길래 이렇게 고친거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UX인거지? 등등) 뭔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UX를 접하게 되었을 때 호기심이 아니라 거부감과 의심이 먼저 드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슬프네..



결국 UX에는 정답이 없다. 또 서비스의 성과라는 것은 UX 만 놓고 생각하기엔 너무 많은 복잡한 요소들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UI/UX만 보고 성공적이다/그렇지 않다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이번 카카오웹툰 개편은 전반적으로 디자이너 눈에 예쁘게 보이는 것에 과하게 집중한 개편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구구절절 아쉬운 소리 써놨지만 오픈 기념으로 준 5,000포인트 순식간에 다 쓰고 3만원 넘게 캐시 충전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이 쓸 듯.. (반전) 결국 UX가 좋든 구리든 이런 콘텐츠 플랫폼은 결국 콘텐츠 그 자체가 핵심이다. 지갑 열고 싶을만큼 재밌는 콘텐츠를 잘 갖고 오는게 제일 중요하다. 결국 돈 잘 벌면 장땡이다 ^.^



+ 여담

이 정도 규모의 UX 개편을 진행하게 된 의사 결정 과정이 궁금하다. 꽤나 험난했을거 같은데 반대 의견들 어떻게 설득했을까. 그리고 클라이언트 개발자 리스펙..









작가의 이전글 네이버 서비스 기획 인턴 생활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