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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19. 2021

어느 육아휴직자의 삶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106

육아 휴직하니까 어때?


요즘 친구들과 통화하거나 만나면 꼭 받는 질문이다.

결혼을 앞두거나, 임신을 계획하거나, 둘 다 아니더라도 휴직을 하면 어떤지 궁금해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데 하루가 빠른지, 적응이 되는지, 아기와 보내는 시간은 어떤지 등등...


그래서 생각해봤다. 육아휴직자의 삶을 글로 쓰면 어떨까? 나에게도 육아와 휴직은 처음이니까 한시적인 이 시간을 글로, 추억으로 남겨보는 거다. 육아휴직자이자 초보 엄마의 일상이 궁금한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글이 된다면 좋겠다.


가장 먼저 글을 쓰는 이 시간을 기록해야겠다. 지금은 새벽 1시 55분. 요즘 아기를 재우면서 9시쯤 같이 잠들었다가 자정 즈음에 깬다. 자는 시간을 늦추고 숙면을 취한 뒤 아기와 같이 일어나면 좋을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곤 한다. 습관으로 자리잡기 전에 고치려고 노력 중인데 그래도 이 시간에 잠깐이나마 글을 쓸 수 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고요한 시간... 글을 쓰면서 아기와의 행복했던, 힘들었던 시간을 기록하면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이런 시간은 길지 않다. 잠을 못 자면 아기와 함께 보내는 낮 시간에 졸리거나 피곤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글은 길지 않게 쓰고자 한다. 육아로 지친 오후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당 충전하는 느낌으로 진한 초콜릿이 쏙쏙 박힌 초코 쿠키 같은 짧고, 재밌는 글을 쓰고자 한다.


회사 일과 육아를 비교할 수 없다.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고,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 만 6개월 초보 엄마지만 육아를 시작했을 때 학창 시절부터 직장인이 되어서까지 머리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사고와 습관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육아는 몸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처럼 몸으로 부대끼면서 엄마로서 감각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또한, 아기는 내 마음처럼 안 되고, 시시때때로 바뀐다. 24시간 아기에게 촉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비슷한 점이라면 회사에서 실무자로서 상사가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개선해나가던 것처럼  아기의 매니저가 되어 아기를 가장 잘 알고,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누군가 아기에 대해 질문하면 쉽게는 체중과 키부터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등 대답할 수 있고 대답해야 하는 육아현장 실무자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저녁 남편과 나눈 얘기를 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육아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바로 이거라며 나눈 대화 내용이다.


너무 행복한데 너무 힘들고,
진짜 힘든데 진짜 행복하다.

아기가 눈을 맞추고 웃을 때 정말이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 자꾸 그 웃음을 보고 싶어서 아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재롱을 부리게 된다. 그 무엇보다 적어도 육아휴직 기간 동안은 이 순간에 집중해서, 육아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아기와의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 아기를 관찰하고, 모르는 것을 알아보고, 적용하며 보내는 하루는 생각보다 바쁘고, 빠르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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