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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pr 28. 2021

빵이와의 200일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117

빵이가 태어난 지 벌써 200일이나 되었다. 백일 단위로 기념일을 세는 건 참 오랜만이다. 신랑과 연애할 때 1000일까지 챙겼는데, 지금은 생일과 결혼기념일만 챙긴다. 그땐 뭐가 그리 좋고, 특별해서 백일 단위로 의미를 두었나 싶은데, 지금은 첫째라 그런지 하나하나 특별하고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200일...  참 짧은 시간인 것 같은데 어느새 빵이는 나에게서 없어서는 안 될 큰 존재가 되어있다. 매 순간 자라고, 변하는 아기의 모습에  감탄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산속에서 다람쥐를 만나도 호기심이 많은 우리 아기가 보면 어떻게 반응할까, 뭐라고 설명해줄까 라는 관점으로 보게 되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익숙한 것들도 새롭게 다가오는 기분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너무너무 갖고 싶다. 아기를 생각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전혀 다른 무언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에 집중하고 싶다. 그런데 아직은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누구와 있든 아기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지금은 육아가 나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 몇 시간 만이라도 자유부인을 꿈꾸지만 또 금세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 다가온 예쁜 사람꽃. 서툰 손길로 주는 사랑과 정성에도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다. 그게 참 고맙다. 빵이와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면 어르신들께서 아기가 예쁘다, 참 좋을 때다 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품 안의 자식은 길어야 3년이라고, 지금이 좋은 때라는 걸 느끼고 있다. 엄마를 찾고, 필요로 하는 시기라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고 필요한 존재가 되어보는 것도 처음이다. 내 안에 있는 사랑을 가득 모아 듬뿍 전해주고 싶다.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건 지금으로서는 육아에 지치지 않을 만큼 잘 자고, 잘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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