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나무란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친구이자 산속 내리막 길에서 무심결에 잡고 의지할 수 있는 기둥, 무더운 날씨에 그늘을 내어주는 편안하고 고마운 존재이다. 한편 한 자리에서 평생을 살고, 강한 바람을 버티다 뚝 하고 부러지기도 하는 고집 세고 융통성 없는 존재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책 '나무처럼 살아간다'를 보면서 나무야말로 생존과 적응을 위해 강인하고도 유연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린 에디션의 시원한 녹색 커버와 양쪽으로 활짝 펼쳐지는 잡지 같은 책의 물성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내용마저 좋아 단숨에 읽었다. 나무별로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고, 출산 후 육아를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뜻깊은 책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무별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들이 가진 특성과 에너지에 감탄하게 된다. 마치 우리 아기가 어느샌가 쑥 자라고, 새로운 능력을 보여서 놀라게 되는 것처럼 나무도 알고 보면 저마다 애쓰며 성장하고, 적응하고 있다. 그 속에서 내가 배워야 할 반짝이는 삶의 태도를 발견하고, 마음에 새기는 일이 이 책을 읽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내 주변에 나무 같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신의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내어주는 가족들... 엄마께서는 늘 강조하신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처음 마음으로 실천하라고, 그리고 줄 때는 머뭇거리지 말고 흔쾌히 줘서 행여나 받는 사람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불편하지 않게 하라고 가르쳐 주신다. 그리고 그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시는 분들이 우리 부모님이다. 나 또한 그 가르침을 행동으로 옮기고,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나라는 나무와 맞춰가며 적응하고, 성장하는 남편 나무가 고맙다. 우리라는 나무 사이에서 자라는 아기나무 지윤이도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도록 햇살과 바람, 물과 깨끗한 공기, 거름을 적절히 주면서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야겠다. 돌아보면 후회도 많고, 불완전한 나이지만 우직하고 강인하면서도 긍정적이고, 융통성 있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