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잘 지낼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서
2017년 8월 16일,
사랑하는 엄마 생신 축하드립니다.
광복절 휴일에는 친척들과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언니와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봤다.
다음날 출근을 위해 대전에서 서울로 가는 6시 반 SRT를 예약했다.
6시 반 기차를 타려면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온 가족이 나로 인해 그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짧은 시간 음식을 준비해야 하다보니 미역국은 전날 밤에 미리 끓여두었다.
언니는 필요한 재료들을 씻고, 자르며 사전 준비를 완료했다.
다음 날 아침, 새벽 5시 기상! (다행이다.)
먼저 씻고, 옷을 입으며 출근 준비를 하는 사이 언니는 상을 차리고, 막내도 일어나 도왔다. (기특한 것!)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드리고 싶지만 약소하게나마 생일상이 차려졌다.
나 출근 한다고 밥이 넘어갈리 없는 시간에 일찍 일어난 가족들.
무엇보다 엄마께서는 혹여나 내가 기차 시간에 늦을까, 출근 준비 다한 옷에 음식이 묻을까 걱정하시며 주방을 떠나지 못하셨다.
에휴, 걱정도 팔자셔요~~~
아침 밥상 차리기.
온 가족이 다같이 부산을 떨며 생일상 준비했지만, 생각해보니 엄마는 매일 아침 가족을 위해 하시는 평범한 일과 중 하나라는 거...
우리가 어쩌다 한번 하는 것도 마음 푹 놓고 편하게 계시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유독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나는 둘째로 태어났다.
위에는 언니, 밑으로는 남동생.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이런 별명이 늘 따라붙었다.
엄마 껌딱지, 엄마 바라기, 엄마 호위무사!!
어렸을 때 언니는 할머니 댁에 보내면 자기 짐을 야무지게 싸들고 가 재밌게 놀았는데, 나는 전화기 밑에 숨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해 훌쩍훌쩍 울었다고 한다.
지금도 서울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안부전화를 하며 지내다보니 대전에 있는 언니보다 엄마의 사정을 더 잘 알고 있을 때도 종종 있다.
아빠가 엄마한테 잘해주지 못하는 것 같으면 가장 먼저 나서서 엄마 편을 들어줘 늘 아빠한테 섭섭함을 사기도 한다.
그렇지만 늘 조용히 집안 일을 하고, 자신의 일을 알아서하며 엄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언니와 달리 때로는 엄마와 부딪치며 갈등을 빚기도 한다.
차라리 언니처럼 조용히 자기 할일 다하면서 엄마 신경쓰이게 하지 말지. 평소에 잘하다가도 어떤 때는 제일 속을 썩이는 모습이라니... 스스로 가장 못마땅하고, 못나게 보일 때 중 하나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생각이 다르다고 기분 나빠하며 모진 말을 해놓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 위해 과일을 깎는 뒷모습을 보면 한없이 미안해지는 거 아닌가...
늘 내리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분이신데 그게 세대차이나, 부모님으로서 의례하는 걱정이라고 받아들이면 될 것을 내가 잘못했네 반성하며 마음 아파한다. 닭똥 같은 눈물이 흐르는 걸 꾹 참으며.
이렇듯 아직 참 모자라고, 못난 둘째딸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이제 나의 행동과 결정에 책임을 지는 성인인만큼, 부모님 말씀은 참고로 귀담아 듣고 최대한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자고.
이런 결심이 한 두번도 아니고, 실천하는게 쉬운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해보자고.
너무 잘하지도, 너무 못하지도 않는... 엄마와의 적당한 거리는 어디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