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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y 30. 2021

엄마는 강하다

너와의 365가지 행복의 맛 #149

오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전에 빵이를 데리고 노들섬에 갔다. 집에서부터 버스로 한 번에 도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인데 수유실도 있어서 아기와 가보고 싶었다. 노들역 근처 정류장에서 내려서 한강대교를 건너야 노들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날 내린 비로 강물이 많이 불어나 있었다. 그리고 대교엔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고, 차만 빠르게 지나갔다. 차가 지나가는데 다리 위로 철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다리 밑에 깊은 물이 있다는 게 무서웠다. 다리 끝까지 가려면 아직 많이 걸어야 하는데 그 길이 어찌나 아득하게 느껴지던지... 아기띠로 빵이를 안고 있었는데 내 심장소리가 커지고,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기를 안고 있었기에 정신을 가다듬고 안전하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아침마다 아기한테 불러주는 초등학교 교가를 크게 부르며 한걸음 한걸음 걸었다. 멀리 보지 않고 지금 내딛는 한걸음에만 집중해서 걷다 보니 무사히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멀리서 대교를 바라볼 때나 차 타고 지나다닐 때는 몰랐는데 이름에 걸맞게 정말 큰 다리라는 것을 느꼈다. 그나저나 왜 다리 한가운데서 다리가 무너지는 상상을 한 건지, 나도 참 엉뚱하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강 위에 아기와 나만 붕 떠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아기가 있어서 더 강한 사람이 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 와중에도 "아가야, 엄마가 안전하게 다리 건널게~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며 스스로 달랬다.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실감 났고, 어쩌다 보니 극기훈련을 한 것 같은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아기가 나에게 많은 위로와 힘을 주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사랑하는 우리 아가, 늘 고마워.
엄마는 너로 인해 더 강해질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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