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전해주는 위로와 에너지가 필요한가요

딱 좋아 그림책이다 4.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by 이수댁

지윤이는 그림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책장에 꽂힌 그림책을 전부 꺼내서 빠르게 넘기고, 웅얼웅얼 소리를 냅니다. 그림을 보다가 눈이 토끼처럼 커지며 놀란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펼쳐지고, 넘길 수 있고, 또 어떤 건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하는 멋진 장난감인 셈입니다. 책을 한 권만 꺼내서 보지 않고 이 책을 보다가 저 책을 꺼내보며 수북이 쌓아놓고 보는 건 저를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기가 말을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가 들어가 있고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이목을 끌기도 합니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의 높낮이와 표정, 그림을 보며 아기는 참 즐거워합니다. 책을 많이 보고, 들으면서 세상을 알아가고 말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더더욱 책이 재미있는 친구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곁에 두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림책이 이토록 깊은 울림을 주는지를요. 아이들을 위해 그림과 함께 짧은 글을 담은 책으로만 생각했는데 바다만큼 깊은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특히나 말을 더듬는 것에 대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 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아직 10개월 아기에게 읽어주기엔 분량이 길고, 어려운 책인 것 같아 엄마인 제가 혼자서 먼저 읽었습니다.


작가는 말을 할 때 멈칫거리고, 자주 실수합니다. 말을 더듬거리는 걸 바라보는 친구들의 눈과 비웃는 것 같은 입이 눈에 아른거려서 말하기 꺼려집니다. 그런 작가에게 발표시간은 두렵고, 곤혹스럽습니다. 발표를 망치고 속상해할 때마다 아버지는 작가를 강가로 데려가 주셨습니다. 강물이 흐르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거품을 일으키고, 굽이치고, 소용돌이치며 부딪칩니다. 그렇지만 강물은 당당히 흐릅니다. 때론 잔잔하게 일렁거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는 강물처럼 말한다고요. 작가는 말할 때 낱말이 생각나지 않고, 말하기 어려울 때마다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거친 물살 속에서도 당당하게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더듬기도 하지만 단어와 소리가 몸 밖으로 흘러나가는 과정을 즐겁게 바라봅니다. 편의 성장 드라마를 본 것처럼 잔잔하면서도 벅찬 감동이 이는 그림책입니다. 아픔을 가진 이에게 크나큰 위로와 용기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꼭 장애가 아니더라도 주인공이 갖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은 소용돌이치는데 나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표정이 일그러지거나 슬퍼질 때가 있습니다. 출산 후 호르몬 영향인지 감정 기복이 더 커져서 쉽게 슬프고, 우울했다가 나아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를 돌볼 여력이 없으니 어느 날 갑자기 터져 나오는 눈물이 그 마음을 대신 설명했습니다. 가족들이 볼 때는 갑자기 왜 저러나 싶고,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예민하게 구는 것 같아 불편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다그치면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굽이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가까운 산이나 숲으로 가서 산책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곤 했습니다. 눈 덮인 산을 걷고, 꽃으로 물든 도로변을 달리고, 윤슬이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고, 초록빛 나무 아래 앉아 있다 보면 마음이 잔잔해졌습니다. 자연의 움직임이 전해주는 위로이고 에너지였습니다. 그렇게 나를 되돌아보고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마음을 더듬거리며 말하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려야겠습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강물의 당당하고 큰 흐름을 떠올리며 소용돌이치는 감정도 모두 받아들이고 잔잔하게 흐름이 찾아올 때까지 바라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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