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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y 30. 2022

[육아 에세이] 이런 아픔은 처음이야!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21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단체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은 감기와 장염 등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코로나 걸릴 각오도 해야 한다고 해서 3월 등원을 4월 중순까지 미루기도 했었다. 3월에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 어린이집에도 한차례 코로나가 지나갔고, 당장 몇 개월 안에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는 것도 아니기에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최근에는 아이들 감기가 유행이었는데 지윤이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콧물을 훌쩍이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서 나아가는 추세였다. 증상이 많이 나아져서 약을 더 먹여야 하나 고민하다가 완전히 나았는지 정확히 확인하자며 소아과에 갔다. 그런데 병원에 다녀온 후 지윤이가 축 쳐지고, 눈이 풀렸다. 그토록 좋아하는 놀이터에 갈 기력도 없이 쉬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누워서 같이 뒹굴뒹굴했더니 그나마 컨디션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부터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지윤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랐다. 지난겨울에 또래 친구들을 여럿이 함께 만났을 때 감기에 걸린 게 다였다. 38.5도가 넘는 열이 난 것도 처음이어서 얼른 해열제를 먹이고, 다음날 다시 소아과에 갔다. 하지만 다음날 밤에도 39도 가까이 열이 나고, 한 번은 39.5도까지 열이 오르면서 몸을 벌벌 떨었다. 옷을 다 벗기고, 해열제를 먹인 후 기다렸는데 지윤이가 떠는 만큼 내 마음도 긴장되고 떨렸다. 열이 왜 안 떨어지는 건지... 괜찮은 건지, 혹시 코로나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되어서 다음 날 소아과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방역복을 입은 의사 선생님 모습을 무서워하는 지윤이를 꼭 붙잡고 간신히 검사를 마쳤다. 다행히 코로나 결과는 음성이 나왔고, 감기로 인해 중이염이 생겼다며 약을 새로 처방받았다.


지윤이는 약을 먹으면 머리가 축축이 젖을 정도로 땀이 많이 났다. 다행히 실내에서도 장난감을 갖고 재미있게 놀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힘들어했다. 떼쓰기 레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 종일 콧물과 기침으로 고생하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아픈 아기를 돌보다 보니 나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콧물이 나고 목이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아프지 않고 잘 지나갔다. '아프면 안 된다. 지금은 지윤이를 돌봐야 해.'라고 계속해서 마음을 다잡으며 정신력으로 버텼다.


이번 감기로 고생하면서 지윤이 인생 처음으로 체중이 1kg 줄었다. 얼굴이 홀쭉해져서 이목구비가 뚜렷해지니 훌쩍 자란 느낌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입맛이 없어도 입에 맞는 음식이 있으면 맛있게 먹고, 약도 잘 먹으며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미열과 콧물, 기침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프지만 자라면서 겪는 과정인 것 같다. 애틋하고, 안타깝고, 돌이켜보면 눈물 나는 일주일이었지만 무사히 잘 버텨주어 고맙고, 또 고맙다. 이번 주말까지 푹 쉬면 많이 나아있을 거야. 조금만 더 힘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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