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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n 17. 2022

[육아 에세이] 아이와의 사랑과 전쟁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28

지윤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7시간 정도로 길어졌다. 낮잠을 자고 오후 간식까지 먹은 후에 하원한다. 지윤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나는 업무 관련 기사를 읽거나 미용실을 가는 등 복직 준비를 한다. 산책을 하고, 책을 보면서 여유시간도 갖는다. 나를 위한 시간이 있다는 게 좋으면서도 지윤이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금씩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늘려가는 과정이기에 지윤이에게는 매일이 새로운 도전이다. 적응하느라 피곤한지 집에 오면 늘어져 있다가 7시 반 전후로 잠든다. 열이 나거나 묽은 변을 보기도 해서 병원 신세를 자주 졌다. 다행히 식욕이 없거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지윤이 나이가 일 년에 10번 정도, 자주 아픈 시기라고 한다. 아프지 않으면 가장 좋겠지만 아프더라도 맛있게 먹고, 푹 쉬면서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프기도 하면서 작은 일에도 떼쓰거나 짜증 낼 때가 잦아졌다. 아직 말로 온전히 의사표현을 못하고, 독립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은 시기이기에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몇 시간이고 떼쓰고 짜증을 부리는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집에 와서 한 시간 정도 엄마 품에 꼭 붙어서 충전을 하면 다시 혼자서 잘 놀기도 하고 예쁜 미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윤이에게 필요한 건 관심과 사랑이라는 걸 느꼈다.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생긴 엄마 갈증을 해소하고 엄마, 아빠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은 날씨도 흐리고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았는지 한참 동안 옷을 안 입고 뺀질거렸다. 기다리다가 결국 못 입힌 옷을 가방에 싸고 차로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카시트를 거부했다. 운전석에 같이 앉아서 핸들을 돌리며 부릉부릉 놀이를 했더니 마음이 좀 풀렸는지 그제야 카시트에 앉아서 출발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빠빠이 인사하며 씩씩하게 들어갔다. 지윤이 중심으로 생활하다가 여러 친구들과 단체생활을 하니 즐거운 일들도 있지만 불편하고, 긴장되고, 스트레스받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거다. 그래도 하루하루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기특하고 무엇보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


지윤이가 일과를 마치고 나오면 꼭 안아주고, 뽀뽀도 많이 해주면서 지윤이 많이 보고 싶었다고 말해줘야겠다. 지윤이와의 사랑과 전쟁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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