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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n 24. 2022

[육아 에세이] 가장 중요한 복직 준비는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29

어제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쳐다만 봐도 기분 좋은 화창한 날씨였다. 비 온 뒤라  더없이 깨끗한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도 떠 있으니 내 마음도 덩달아 신이 났다. 자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생생클래식'에서는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곡들을 준비했는데 (지역마다 다르긴 했지만)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새들이 짹짹 지저귀는 날씨에 당황하면서도 재미있게 방송을 풀어갔다. 날씨를 보면서 나의 하루살이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낫기도 하는 일상의 반복이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엄마, 아빠의 몫인 것 같다.


지윤이가 지난 일요일에 열이 나기 시작해서 화요일까지 어린이집 등원을 못했다. 다행히 열이 잡히고, 목 염증도 많이 가라앉아서 수요일부터 다시 어린이집에 갔다. 다시,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에는 힘들어했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반가워하며 잘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도 수요일에는 4시, 목요일부터는 4시 반까지 늘렸다. 씩씩하게 지내는 지윤이의 모습에 짝짝짝 박수를 보낸다.


주로 한밤 중에 고열이 나서 옆에서 새우잠을 자다가 나도 감기 몸살 기운이 생겼다. 목요일 오전에는 수액을 맞으며 몸을 위한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최인아 책방에서 마음에 영양을 가득 주었다. 장마철이 시작되어 비가 많이 내렸지만 오랜만에 책방에서 정치헌 대표님, 최인아 대표님을 직접 뵐 수 있어서 기뻤다. 책방에서는 잠시 다른 세계로 다녀온 듯 어딘가로 푹 몰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지윤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집으로 가서 옷장과 신발장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낡은 구두와 안 입을 것 같은 옷은 과감히 버렸다. 휴직 후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고 몸매와 관점이 달라졌기에 비우는 게 예전보다 쉬워졌다. 지윤이 물건이 늘어나고, 앞으로 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만큼 쓰지 않는 물건은 비우며 단순하고도 효율적인 생활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복직 준비는 지윤이가 아프지 않고 어린이집에 잘 적응해서 우리와 건강하게 일상을 함께하는 거다. 또한,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신랑과 협력해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마음 자세 아닐까.


한 아이의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니 이전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왜 일하는지, 어떻게 일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일의 스킬도 필요하지만 일하는 자세, 같이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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