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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n 30. 2022

[육아 에세이] 이제 시작, 다시 시작(복직 D-1)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30

2022년 6월 30일, 복직 하루 전날.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내려서 지윤이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하원하기로 했다. 지윤이 하원 50분 전. 나에게 주어진 나만의 시간도 이제 곧 끝나간다. 하아.


방금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사원증을 등록하고 자리에 노트북과 사무용품을 준비해두었다고 한다. 출근하고 직접 준비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는데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지윤이 직장 어린이집 등 하원을 위해 4월 중순부터 회사를 오가면서 분위기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건 또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임신, 출산, 육아는 적어도 나에게는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다. 다신 돌아갈 수 없는 강을 하나 건넌 기분이다. 싱글일 때와 결혼하고서는 별반 차이가 없었는데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하는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한다는 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1년 9개월이라는 휴직 기간이 주르르륵 머릿속에 흘러간다. 조금은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지윤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처럼 싱숭생숭하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싶다.


물심양면 지원해주시는 양가 부모님과 언제나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신랑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어린이집에 씩씩하게 적응하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 주는 우리 지윤이도 정말 대견하고 고맙다. 육아 동지인 형님과 언니, 조카를 귀여워해 주는 동생에게도 고맙다. 복직을 응원해준 선배들과 친구들에게도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을 모아 모아 힘든 일이 있더라도 지혜롭게 헤쳐가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고 지칠 때도 분명 있을 것 같다.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건강 관리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 그리고 쉼이 필요할 때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충전할 수 있는 기회도 스스로 만들어야겠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건 신랑과의 관계다. 달라지는 환경 속에 작은 일에도 부딪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하면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작은 일이라도 실천한다면, 그러한 노력을 알아봐 주고, 칭찬해주고, 고마워한다면 한층 더 두터운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많은 빚을 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신랑.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일도 육아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거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걸 알고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서로 도우면서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제 시작이고, 다시 시작이다. 신랑과 지윤이, 사랑하는 부모님과 직장 동료들에게도 모두 모두 잘 부탁드린다. 특히나 나에게도 나를 잘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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