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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ul 09. 2022

[육아 에세이] 복직 후 일주일, 가장 큰 변화는?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032

기분이 묘하다.

회식을 마쳤는데 아직 대낮 같이 밝은 하루.


복직 후 가장 좋은 점을 뽑으라면 하루 한 끼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성인과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나눌 수 있다. 그 시간이 묘하게 새롭고 감사하다. 육아를 하면서는 아이가 깨어있건 낮잠을 자건 한 끼 여유 있게 먹기가 참 어려웠다. 그만큼 지금 먹는 밥과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그 시간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소한 감사함을 늘 기억하며 지내고 싶다.


가장 큰 변화는 퇴근길 발걸음이 무척 바쁘다는 거다. 아무리 좋은 게 있어도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빨리 어린이집에 가서 하원하고, 집에 가는 게 또 다른 미션이다. 평일에 아이와 지내는 시간이 짧아졌지만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온 마음을 집중해서 사랑을 표현해주고 싶다.


오늘은 사내 문화배달 프로그램으로 싱잉 볼 명상 체험을 하고, 맛있는 중식을 함께 먹었다. 회식에 참여하기 위해 신랑과 일정을 맞추고, 상황이 어려우니 어머니, 형님과 조카를 동원해서 지윤이를 맡겼다. 아이에게도 엄마 없이 누군가에게 온전히 맡겨진 경험이 별로 없기에 오전 반차를 내서 아이를 챙기고, 오후에 업무를 했다.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머리가 아팠는데 명상을 하면서 괜찮아졌다. 간단한 스트레칭 후 누워서 명상을 진행했는데 잠이 들어도 괜찮다고 했다. 실제로 누군가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는데 잠이 든 듯 안 든 듯한 상태에서 머릿속이 비워진 경험이 너무나 좋았다.


현재 맡은 일은 정답이 있는 업무가 아니고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데 잠을 자다 중간에 깨면 낮에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떠올랐다. 여러 개의 아이디어들을 까먹을세라 스마트폰에 메모를 할 정도였는데 생각이 많아서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았다. 자는 동안 많은 것들이 생각나서 좋기도 했지만 아침에 푹 잤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웠다. 명상 체험을 하고 나니 자기 전에 몸과 마음을 충분히 이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운동을 하거나 개인 시간을 갖기 너무 어려운 요즘이지만 명상과 스트레칭은 꾸준히 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벌써 복직 후 일주일이 지나간다. 숨 가쁜 하루하루지만 나를 가장 최우선에 두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래야 일도 육아도 모두 기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테니. 이 와중에 잠깐씩 만나는 짧은 문구들이 마음을 훔쳐가는 걸 보면 지금 맡은 조직문화 활성화 업무를 내실 있게 운영해서 임직원들에게 작은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일과 휴식이 선순환하고 소통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들 말이다.


가족들의 도움과 배려로 무사히 보낼 수 있는 감사한 나날들이다. 안정적으로 복직할 수 있도록 익산에서 올라오셔서 열흘 동안 지원해주신 어머님께 가장 감사하다. 맛있는 거 있으면 둘째 딸 생각해서 택배로 보내주시는 엄마께도 감사하다. 늘 고생했다며 안마해주고, 출근할 때 손 잡아주며 기운 넣어주는 신랑도 고맙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 주는 지윤이도 고맙다. 감사한 마음을 모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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