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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ug 05. 2022

엄마랑 아기랑 함께 배우는 '기다리기'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49

운전을 할 때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 "엄마가 빨간불에서 해줄게. 기다려!"


가끔은 기다리라는 말을 싫어하지만

가끔은 차분히 기다려주기도 한다.


오늘 아침 지윤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조금 늦게 일어나고, 일어나자마자 책을 펼쳤다. 평소처럼 의욕적으로 옷을 입지 않고, 새로운 장난감을 꺼냈다.


그래도 요거트 하나 먹고, 세수와 양치도 잘하고 준비 완료!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카시트 타기를 거부했다. 시장과 놀이방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가고 싶다고 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서 번쩍 안아 카시트에 태웠는데

이번에는 마스크 끈을 귀에 걸어달라고 했다.

주차장 간격이 좁아서 마스크까지 챙기기 쉽지 않았고

차에서 굳이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넘어갔더니 뒤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흐음......

그래도 운전은 계속해야 했기에 울게 좀 놔뒀다. 그리고 빨간불을 만났을 때 무릎을 문질문질 만지며 이야기했다.


- "지윤아, 도로에서는 우리 차 말고 다른 차도 많지? 엄마가 운전 중에는 지윤이만 챙겨줄 수 없어. 기다려야 해. 지윤이 마스크 하고 싶은데 바로 못해서 속상했어? 엄마가 미안해. 하지만 운전할 때는 운전에 집중해야 해. 지윤이가 이해해줘!"


울면서 분이 풀리기도 했고, 말을 하지 못해도 엄마 마음을 이해하는지 "응~"하며 꿀떡같이 대답을 했다.


어느 정도는 의도를 갖고 아이가 기다리게 해야 아이도 그 상황을 수용하고, 기다리는 연습을 하며 자기 조절력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아이를 차에 태우고 운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운전을 통해 아이가 울더라도 조금 견디는 법을, 아이는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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