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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ug 13. 2022

친정으로 떠나는 여름휴가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52

어린이집에서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신학기 준비를 위해 환경 정비 기간을 갖는다. 학부모이기에 이 기간에 맞춰 여름휴가를 가게 되었다. 신랑은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어 지윤이와 나는 대전 부모님 댁으로 먼저 왔다. 친정으로 떠나는 여름휴가다.


주변 동료들이 휴가 때 어디를 가는지, 무얼 하는지 물을 때 특별한 거 없고 친정에 간다고 대답했다. 어디 멋진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한 건데 육아 동지인 동료가 이렇게 말했다.

- "친정으로 가는 게 진짜 휴가죠!"

- "그, 그렇죠!?"

휴가 다녀와서 어땠는지 맛있는 점심 먹으며 이야기 나누기로 했는데 곱씹어 볼수록 무사히 친정으로 휴가 올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일이고 다행이라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린이집 환경 정비 기간에 맞춰 휴가를 낼 수 있어 감사하다. 어린이집에서 코로나, 수족구 등 전염병을 무사히 넘어가서 감사하다. 우리 가족이 휴가 전에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 얼굴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폭우로 피해가 컸는데 안전하게 지냈으니 감사하다. 대전으로 비구름을 몰고 오긴 했지만 무사히 대전까지 이동해서 다행이다.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참 운이 좋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원래 언니와 공동육아를 하며 하루에 하나씩 무언가를 하며 재밌게 보내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조카가 감기에 걸려 옮을 수 있으니 언니와는 주말에 만나기로 했다.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서로 지켜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감기라도 옮으면 미안하니까... 지윤이 또한 혹시나 아파서 조카에게 옮기지 않도록 조심히 지내고 있다.


친정에 와서 좋은 건 가족들과 친척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지윤이를 엄마, 아빠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존재를 아이가 충분히 느끼는 것 같아 감사하다. 친정에 오면 할머니 껌딱지가 돼서 엄마는 순위에서 밀려난다. (그래서 편... 편하다...) 아빠와 영상통화를 해도 힐끗 보고 뒤돌아서 할머니한테 간다. 아빠는 저기 저 후순위로 밀려난다. 허허허


(증조) 아버지네 가서 진순이, 진돌이 개도 보고, 할머니 가게 뒷마당에서 신나게 물놀이하고, 간식으로 찐 감자와 계란을 먹고, 낮잠을 쿨쿨 자다가 목욕하고 저녁 먹고, 복숭아까지 후식으로 먹으니 지윤이 배가 빵빵하다.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한 걸 보니 외갓집에 와서 행복해 보인다. 친정은 진정한 여름 휴가지라는 걸 새삼 더 깊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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