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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Oct 03. 2022

글쓰기의 끈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58

22년 10월 3일 9시 58분.


출산 후 아기와 낮과 밤을 함께하면서 엄마의 삶에 적응할수록 세상과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초보 엄마로 아기의 먹고, 놀고, 자고, 기저귀를 가는 일과를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분주했지만, 지금까지 공부나 일을 해온 방식과 육아는 차원이 달랐다. 계획하고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눈앞에 놓인 아이를 관찰하고, 반응하면서 순간을 잘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인정받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컸는데 육아라는 거의 정반대의 상황에서 지난날 내 모습을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돌이켜 볼 수 있었고,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임신과 출산 전 나는 취미 부자였다. 운동, 첼로 연주, 책 읽기, 외국어 공부 등 좋아하는 활동들이 참 많았지만 한동안은 모두 내려놓아야 했다. 그리고 조금씩 뭐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내게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지가 가장 중요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먼저, 그리고 끝까지 남긴 것은 글쓰기였다.


세상에 태어나 적응하느라 애쓰는 아기만큼 처음 맞이한 엄마로서의 삶에 혼란스러웠던 나를 글쓰기는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때로는 나조차 모르는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나일 수 있게 하고, 그 과정을 모두 소중하게 여기게 해 준 글쓰기가 참 고마웠다. 그리고 그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잠시라도 시간이 날 때면 글쓰기를 찾곤 한다. 출산 후 회복을 위해 운동도 선택이 아닌 필수였지만 글쓰기는 마음의 근육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이었다.


장래에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보다는 나 자신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는 일과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더욱 단단한 나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글쓰기의 끈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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