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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Oct 09. 2022

두 돌이 다된 아이를 바라보며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59

2022년 10월 8일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아이가 참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바라본다. "지윤이 예쁘네.", "오빠, 지윤이 봐봐. 진짜 예쁘지?"라는 말을 하루에도 얼마나 자주 했던지. 정말이지 가장 예쁜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 하루하루가 아쉽고, 매 순간 눈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사실 지난 한 주 지윤이는 역대급 매운맛이었다. (사이신이 몇 개 추가된 건지...) "아니!", "엄마, 안아"라는 말을 잠꼬대로도 수십 번 하면서 '반대로 토끼'처럼 내가 하는 거의 모든 말에 "아니~ 아니!"라고 답하고, 조금만 마음대로 안 되어도 "엄마, 안아~"라고 말하며 울었다. 신랑과 이야기할 때 두 돌이 되면 말도 조금씩 할 줄 알고, 많은 것들이 더 나아질 테니 그때까지 잘해보자며 마음을 다잡아 왔는데, 웬걸~ 두 돌이 다 되어도 마술처럼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돌아보면 내 마음에 조금만 더 여유가 있으면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알아주고 다독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컸다. 출근 시간에 맞춰 아이와 함께 준비해서 가느라 마음은 바쁜데 떼쓰는 아이를 조금 더 기다려주지 못하고, 퇴근시간 교통체증에 힘들어 뒷좌석에서 안아달라고 우는 아이에게"이제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엄마가 집에 도착하면 꼬옥 안아줄게!" 다독이며 손 잡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힘겹게 느껴졌다. 당장 바꿀 수 있는 상황들이 아닌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출퇴근하는 게 어른들에게도 힘든데 함께 이동하는 아이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일까... 엄마랑 있을 때는 그렇게 어리광 피워놓고 막상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빠빠이~" 손 흔들며 씩씩하게 들어가는 뒷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고 미안해 눈물이 울컥 나오기도 했다. '평일에는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짧구나. 더 많이 안아주고 싶은데 미안해......' 눈물 쓱 닦고 출근했던 어느 시월의 아침.


그래도 7일 금요일 아침에는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를 한다고 신나게 등원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되니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워하기도 했지만, 무척 즐거워했다고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사진을 보니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지윤이가 자주 이름을 부르는 남자아이!) 꼬옥 껴안고 사진을 찍어 신랑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어린이집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불편하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엄마가 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스트레스가 있겠구나 싶지만 또 이렇게 친구들, 선생님과 교류하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어 하루하루 잘 자랄 수 있는 것 같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지윤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 신랑과 두 손을 맞잡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아이를 배려하면서 아이도, 부모도 하루하루 성장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


10월 7일 금요일부터 10월 10일 월요일까지는 지윤이의 '생일 주간'이다. 마침 연휴라 양가 부모님 댁에 방문해서 생일파티를 하고, 축하받으며 지윤이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물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10월 12일은 세 번째 결혼기념일이다. 첫 번째 결혼기념일은 지윤이를 낳고 병원에서 조각 케이크에 초를 불었고, 두 번째 결혼기념일은 지윤이의 돌잔치를 마치고 후련해했었다. 세 번째 결혼기념일엔 보통의 날처럼 일하고, 저녁 시간을 함께 할 텐데 감사한 마음으로 식탁에서 세 식구가 함께 마주하고, 축하할 수 있기를... 서로의 애쓰는 마음 알아주고, 더 넓은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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