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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Oct 14. 2022

요즘 엄마가 하는 일을 말이야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61

"지영아, 우리 참 좋은 위치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왜 충분히 누리지 못할까?"

가끔 팀장님의 질문 중에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 질문이 있다. "우린 왜 구내식당을 잘 이용하지 않을까?", "지하에 서점이 생겨서 가끔씩 머리 식히며 신간을 살펴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못 가네... 인터넷 주문할 수 있어서 그런가?" 같은 아주 사소한 질문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구내식당을 잘 안 가는 건 조직문화 활성화를 위해 점심시간을 활용한 이벤트가 많고, 점심시간만큼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바람을 쐬며 맛있는 거 먹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지하 서점과 최인아 책방이 가까이 있어도 생각보다 자주 못 가는 건 생각보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점심을 간단히 먹을지언정 '가서 누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생각하고,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의 좋은 인프라를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다.


최근 알게 된 '봉은사 명상길'도 왜 이제야 발견했나 싶을 정도로 좋은 도심 속 푸른 산책길이었다. 일단 알아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직원들을 10명 정도 모아 점심시간 동안 공양간이라는 봉은사 내 가성비 좋은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함께 산책했다. 고즈넉한 산책길을 걷고,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알아야 누리고, 누려야 진짜 내 것이 된다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것을 밝은 눈으로 가려내고, 누릴 수 있는 시간과 장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 내 역할인 것 같다. 요즘 그 과정이 참 즐겁고, 보람차다.


출근길에 잠이 덜 깬 상태로 지하철역까지 따라오며 엄마 가지 말라고 우는 딸을 보며 '요즘 내가 하는 일은 뭘까? 지난 10년 간 난 어떤 일을 해왔고,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글을 적다 보니 우연히, 조금은 정리가 된 것 같아 기쁜 퇴근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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