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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Oct 18. 2022

그래도 오늘 하루가 감사한 이유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63

날이 추워지니 이불을 걷어차고 자는 지윤이가 신경이 쓰여 자면서도 틈틈이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체온이 높다고 하는데 지윤이는 역시 뜨끈했다. 이래서 이불을 안 덮나 싶었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지윤이를 깨우려는데 지윤이는 여전히 뜨끈했다. 아뿔싸! 뭔가 이상하다. 체온을 재니 38.9도였다. 자면서 난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얼른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였다. 병원에 가보니 목이 빨갛게 부었다고 한다. 목감기였다.


이번 주는 바쁜 한 주가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다행히도 오늘 예정된 큰 행사는 미리 취소되었다. 실행하지 못해 무척 아쉬웠지만, 행사가 취소되지 않았다면 난 어떡해야 했을까 싶어 아찔했다. 갑작스럽게 연차를 내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 당장 급한 일이 없어 다행이었고, 필요한 일은 공유했다. 이런 상황을 최대한 만들지 않아야 하는데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연차를 쓸 수 있는 상황이라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


지윤이가 아침, 점심은 그럭저럭 잘 먹었는데 저녁이 되니 눈에 힘이 풀리고 축 늘어졌다. 종일 온몸으로 감기와 싸우고 있으면서도 엄마와 찰딱 붙어있으니 행복해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아직 엄마가 제일 큰 존재인데, 아플 때는 엄마를 더 많이 찾는데 내일은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괜스레 울컥했다. 하지만 또 너무나 감사하게도 이틀 동안 신랑이 집에서 아이를 돌봐줄 수 있다니 한시름 덜었다. 지금 이 시간을 줌 아웃해서 바라보면 자라는 과정이라 여기며 이만하길 다행이다, 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그리고 하나 감동받았던 일은 신랑이 퇴근길에 순대볶음을 사 온 것이다. 자꾸 머릿속에 순대가 떠올랐는데 오랜만에 먹으려다 보니 어디서 사야 맛있을지 모르겠어서 얘기를 못 꺼내고 있었다. 그런데 추워서 밖에도 못 나가고 종일 집에서 육아하느라 매운 게 땡길 것 같다며 순대볶음을 사 온 것이다! 먹고 싶을 때 먹는 게 가장 맛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신랑에게 고마웠다. 우연히 통한 마음인데 오늘 하루 중 그게 참 고맙다.


하루하루 어떤 일이 펼쳐질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무탈하게 보낸 하루가 감사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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