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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Nov 16. 2022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거리

머리에서 발끝까지는 169cm이다. 그런데 머리로 알고 발로 행동을 옮기기까지는 1000m는 되는 것 같다. 점심시간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실천에 옮긴 건 46일이 걸렸다.


평일 나의 점심시간은 12시~13시이다. 4분기에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해보자고 사내 헬스장에 등록했다. 그리고 11월 16일 헬스장 문을 처음 열었다. 문 무게가 2만 톤이라도 되는냥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건지. 돌이켜보면 아침을 간단히 먹는데 점심을 안 먹고 운동을 한다는 게 심리적으로 체력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배고프니까 밥 먹자는 유혹에 자꾸 넘어갔다. 아침에 아이와 준비하고, 운전해서 등원시키고 출근하는 것만으로 지치는 날도 많았다. 점심시간 운동은 내게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한 가지 계기가 된 시간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직원들의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에서 운동을 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계단 오르기, 자전거 타기 등 생활 속에서 돈 들이지 않고 운동하는 법뿐만 아니라, 회사 헬스장을 활용하는 자신만의 루틴을 소개하셨다. 결국 의지의 차이구나 싶기도 하고, 이토록 가까운 곳에 근사한 헬스장을 두고 운동을 안 한다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시쯤 미숫가루마시니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았다. 드디어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발장 번호를 받고, 인바디 측정을 했다. 혼자서 기구 운동을 하는 건 자신이 없으니 GX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30분 동안의 짧은 시간이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집중해서 운동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숨이 가쁠 정도로 몸을 움직이니 기분이 좋았다. "아, 운동이 이렇게 즐거웠던 거지!"하고 기억이 났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회사 헬스장에서 아침 운동을 하루라도 빠지면 몸이 근질거릴 정도였는데, 코로나와 육아휴직 기간을 포함해서 2년 정도 쉬고 나니 다시 헬스장에 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만큼 루틴과 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반대로 관성의 힘을 넘어서 좋은 습관을 가지고, 좋은 루틴들이 선순환한다면 마음먹은 일들을 보다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시작한 운동 첫날의 설렘과 즐거운 마음을 기억하며 조금씩 조금씩 실천해봐야겠다.


오늘 나의 머리와 발끝의 거리는 0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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