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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Jan 06. 2023

소속감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회사!

2023년 1월 2일. 새해 첫 근무일에 출근해보니 회사 명판이 바뀌어있었다. 합병 후 통합 법인으로 시작하는 날이었다. 사원증을 새로 받고, 접속하는 시스템도 달랐다. 마치 스마트폰을 새로 산 것처럼 자주 쓰는 앱을 깔고, 포틀릿을 디자인했다.


두 개의 사원증을 들고 번갈아보았다. 새로 받은 사원증이 조금 더 길고, 얇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좀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에 비해 예전 사원증은 빛이 바랬지만 따뜻하고, 정감이 있었다. 예고된 변화였지만 새로운 조직에 대한 소속감은 전혀 없었다. '소속감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이전에는 전혀 해보지 않은 생각도 해보았다. 나는 조직문화 담당자니까.


그때 입사했을 때 같은 부서에 계셨던 팀장님(입사 당시에는 과장님)과 마주쳤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사원증이 바뀌었네요!"하고 두 손을 들어 사원증을 보여드렸다. "예전 사원증은 빛이 바랬네. 지영이도 회사 참 오래 다녔다." 팀장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러게요." 지금은 다른 실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팀장님과 마주칠 기회도 많지 않은데, 언제 만나서 이야기해도 편안하고, 정겹다.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는 애틋함이랄까, 조금 더 각별하고 감사한 마음이 지금도 깊이 남아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싱숭생숭했던 마음도 잠깐의 대화로 조금 차분해졌다. 그리고서 번뜩 든 생각. 사람. 소속감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회사에서 동료들과 맺는 관계, 추억, 신뢰 등이 그대로 회사에 대한 인식으로 투영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영층과 직원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돌다리를 잘 놓는 일이 지금 필요한 일이 아닐까?


이번 주는 전 사장님의 영상과 사진, 직원들의 편지를 모아서 전달드렸다. 지난 5년 간의 방대한 기록들을 정리하고, 순서에 맞춰 스토리를 짜고, 디자인했다. 자주 지치고, 당이 필요한 작업이었지만 보람이 있었다. 임원분들의 지시가 있기 전에 팀장님과 먼저 자발적으로, 충분히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 제안하고 시작한 작업이라 더욱 그랬다. 사장님께서 보시고 눈물을 흘리진 않으셨지만, 죽을 때까지 간직하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면 됐지!"하고 만족하면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돌아보니 관계와 신뢰는 많은 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한 번에 형성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차근차근 좋은 관계와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길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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