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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r 31. 2023

아이는 언어 저금통

어제 행사를 마치고 용산역에 도착했을 때 선배가 물었다.

- "집에 가면 아이가 기다리고 있겠네~ 진짜 아이 보면 에너지가 막 샘솟고 그래?"


- "평일에는 하루 중에 아이랑 보내는 시간이 적으니까 힘든 티 내지 않아요. 집에 가면 다시 새롭게, 엄마로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요. 실제로 아이랑 보내는 시간이 짧아서 아쉬운 마음이 더 커요."


회사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든,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는 마음을 새로고침 한다. 하루 중 엄마가 보고 싶은 시간도 있었을 텐데, 어린이집에서 씩씩하게 지낸 아이한테는 엄마, 아빠 충전의 시간이다. 그래서 꼬옥 안고 몸을 흔들며 충전 의식을 갖기도 하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많이 걸어서인지 무릎과 발이 아팠다. 신랑이 파스를 붙이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붙여주니까 지윤이가 다가와서 걱정을 했다.

- "엄마 여기 아파? 우리 엄마 얼른 나아라~ 호오호~"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꼬옥 안아주었다. 진짜 마음으로는 씻은 듯이 나은 느낌. 그렇게 푹 잠들었다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옆에서 자고 있는 지윤이 볼에 뽀뽀를 한번 쪽 해줬다. 내 삶에 찾아온 커다란 선물에 감사해하면서.


- "우리 지윤이 얼른 나아라~ 호오!"

- "지윤아, 사랑해~"

지윤이에게 해준 말들이 그대로 부메랑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걸 보니 지윤이에게 저금한다 생각하고 예쁜 마음과 그 마음을 닮은 말들을 많이 들려줘야겠다. 꼭꼭 물을 주면 쑥쑥 싱그럽게 자라는 새싹을 닮은 아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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