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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y 23. 2023

엄마랑 놀아줘서 고마워!

2023.5.16 화요일 광양 출장을 다녀온 날, 집에 도착하니 8시 정도 되었다. 지윤이는 종일 보고 싶던 엄마를 보며 신이 났고, 함께 놀고 싶어 했다. 밥 먹고, 씻고, 아이와 놀다 보니 어느덧 9시 반. 엄마와 더 놀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내일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자는 시간을 더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하루종일 외부에서 행사를 진행했던 터라 나도 피곤하고, 쉬고 싶었다. 지윤이는 싫어했지만, 불을 껐는데... 내가 먼저 잠들었나 보다. 지윤이가 나에게 "엄마, 우리 얼굴 보고 자자." 또는 "엄마 꼭 안아줘." 등의 말을 했을 텐데 잠결에 짜증을 냈다고 한다. (다음날 신랑의 증언으로 알 수 있었다.)

- "아이 참. 얼른 자, 지윤아."

- "엄마~ 왜 지윤이한테 "아이 참."이라고 해?"

불이 꺼진 방에서 잠시 적막이 흐르더니 지윤이가 갑자기 서러운 듯이 흑흑거리며 울었다.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린 결과가 이거라니...'라는 서운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새로운 에너지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에 아이를 꼭 안아주고, 다독여주었다. 흐느낌이 잦아들고 다시 잔잔한 밤이 되었다. 그날 밤 지윤이를 잃어버리고 헤매는 꿈을 꾸었다.


다음 날 아침 지윤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꼭 껴안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지윤이도 떼쓸 때가 있지만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으면 행동을 수정하고 자신이 이번에는 이렇게 했다며 뿌듯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면 다음날에라도 꼭 미안했다고 마음을 전한다. 우리 부부도 완벽한 부모가 아니기에 미안한 감정이 들면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그건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집 알림장에 전날 저녁의 이야기를 남겨두니 선생님께서 지윤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셨나 보다. 어젯밤 엄마에게 서운했지만, 마지막에 엄마가 꼭 껴안아줘서 괜찮아졌다고 말했단다.


언제 이렇게 큰 걸까?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생각. 주말에 둘이 함께하는 시간도 제법 친구처럼 느껴지고, 어린이집에서 만들어온 간식을 저녁 식사 후 나눠먹으며 아이가 참 많이 컸다고 느꼈다.


신랑이 물었다. "지윤이 없으면 허전할 것 같지 않아?" 내가 말했다. "지윤이 없으면 심심해서 안돼."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지윤이와 놀아주는 게 아니라, 함께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엄마는 지윤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 엄마랑 놀아줘서 고마워!" 지윤이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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